책방과 자본의 길항, 그 현장을 가다
핵심 요약
뉴욕의 독립 서점 쓰리라이브즈앤드컴퍼니가 임대인 변경으로 폐점 위기를 겪었지만 지역사회의 연대로 계약을 연장했다. 반면 서울의 한 유명 독립 서점은 임대료 인상을 견디지 못하고 폐점했다. 자본과 서점의 공존은 지역사회의 연대와 문화적 가치 인식에 달려 있다.
뉴욕 맨해튼의 그리니치빌리지에는 1935년 문을 연 이후 8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서점이 있다. 1981년에는 시인 앨런 긴즈버그가, 1960년대에는 비트 문화의 거장들이 이곳을 드나들었다. 이 서점은 체인점이 아닌 독립 서점으로, 맨해튼 10번가에 위치한 '쓰리라이브즈앤드컴퍼니(Three Lives & Company)'다. 1968년 개점 이후 이곳은 지역 주민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벽면처럼 쌓인 책들과 함께 커다란 책상이 방문객을 맞이하는 이곳은, 서점 주인은 "우리는 책을 고르는 일에 신중하고, 혼잣말을 중시한다"며 "조용히 머물다 가는 그곳이 다시 찾고 싶은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독특한 문화를 지켜온 서점도 자본의 압박을 피할 수 없었다. 2016년 9월, 서점이 있는 건물의 임대인이 바뀌면서 쓰리라이브즈앤드컴퍼니는 폐점 위기에 놓였다. 부동산 회사가 건물 전체를 리모델링할 계획을 세우면서 서점은 계약을 갱신하지 못하거나 이전을 강요받는 상황에 처했다. 서점 측은 지역 사회에 도움을 호소했다. 서점을 살리기 위한 움직임은 단순히 서점 주인만의 몫이 아니었다. 지역 주민들과 상인들이 연대해 임대인에게 서점의 가치를 알리는 캠페인을 벌였다. 한 상인은 "이 서점은 단순한 상점이 아니라, 이웃들이 만나고 대화하는 공간"이라며 "건물주에게는 서점을 지켜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결국 일은 해결됐다. 부동산 회사 대표는 "지역사회의 목소리를 듣고 서점이 이곳에 남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계약을 연장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떨까. 지난 7월 7일 서울의 한 유명 서점이 폐점을 발표했다. 대학로에서 20년 넘게 운영되며 독립 출판물과 예술 서적을 전문으로 취급해온 이 서점은, 임대료 인상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게 됐다. 이 서점은 독립 출판과 예술 서적의 메카로 알려져 왔다. 서점 주인은 건물주와의 협상 끝에 결국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어 폐점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자본, 임대료, 건물주, 지역 상권의 문제는 독립 서점의 존립을 위협하는 공통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부 서점은 건물주와의 갈등을 넘어 임대료를 감당하기 위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거나, 온라인 판매를 병행하는 등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건물주와 세입자의 관계는 필연적으로 긴장을 내포한다. 서점이 단순한 상업 공간을 넘어 지역 문화의 거점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 긴장은 단순한 경제 문제를 넘어 문화의 존속 문제로 확장된다. 쓰리라이브즈앤드컴퍼니의 사례는 지역사회의 연대가 자본의 논리를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반면 우리나라의 서점들은 여전히 임대료 인상 앞에서 속수무책인 경우가 많다. 독립 서점의 생존을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관심과 지원, 그리고 서점의 문화적 가치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서점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문화적 다양성을 지키는 문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