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인표, 데뷔 33년 만에 무대서 찾은 팀의 힘
핵심 요약
차인표가 데뷔 33년 만에 ‘죽은 시인의 사회’로 첫 연극 무대에 올랐다. 두 달간 집중 연습하며 발성과 호흡, 반복 훈련과 팀 플레이의 가치를 체감했다. 향후 연극 재도전 의사를 밝혔고 장편소설 ‘인어 사냥’도 무대화를 준비하고 있다.
배우 차인표(59)가 데뷔 33년 만에 처음으로 연극 무대에 올랐다. 지난달 18일 서울 대학로 NOL씨어터 우리카드홀에서 개막한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역을 맡은 그는 11일 연습실에서 연극을 뒤늦게 시작한 아쉬움과 무대에서 새롭게 확인한 배우의 기본기를 이야기했다. 과거에는 긴 연습 기간과 낮은 대우 때문에 연극을 미뤘지만, 소설을 쓰며 새로운 도전이 주는 기쁨을 체감했고 아내 신애라의 격려도 출연 결심에 힘을 보탰다.
차인표는 캐스팅이 거의 끝난 4월 초 제안을 받고 5월부터 두 달 동안 일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후 1시부터 밤 10시까지 연습했다. 950석 극장 끝자리까지 대사가 닿도록 발성과 호흡을 가다듬고, 조광화 연출가와 박지일·오만석을 비롯한 동료들에게 먼저 조언을 구했다. 자신보다 일찍 연습실에 나와 몸을 푸는 젊은 배우들의 태도에도 자극받았다. 대사를 놓친 순간 동료들의 대응으로 위기를 넘기면서 수천 번의 반복과 팀 플레이가 무대의 자신감으로 이어진다는 점도 깨달았다.
작품은 1950년대 보수적인 명문 사립학교에 부임한 키팅 교사가 입시 중심의 억압 속에 놓인 학생들에게 주체적인 삶과 문학의 즐거움을 일깨우는 이야기다. 비밀 문학 동아리를 되살린 학생들은 배우를 꿈꾸던 닐의 죽음과 키팅의 퇴출을 겪고, 책상 위에 올라 마지막 존경을 표한다. 차인표는 21세 때 영화를 보고 키팅의 가르침을 마음에 새겼다. 이제는 긴 세월을 살아온 인물로서 젊은 세대와 삶의 선택에 관한 생각을 나눌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공연진은 이 작품이 시대와 동떨어진 감상으로 비칠 가능성을 고민했으나, 차인표는 주어진 틀 밖에도 다른 선택지가 있다는 본질에 의미를 뒀다. 보육원 청소년과 자립 준비 청년 200여 명을 초청한 공연에서는 눈물을 보인 관객도 있었다. 그는 2009년 ‘잘가요 언덕’ 이후 소설을 꾸준히 발표했고, 2022년 ‘인어 사냥’으로 제14회 황순원문학상 신진상을 받았다. ‘잘가요 언덕’ 개정판은 옥스퍼드대 필수 교재로 선정됐다. 차인표는 다시 연극에 참여할 뜻을 밝혔으며, 직접 제작·연출·출연하지 않는 ‘인어 사냥’의 무대화도 준비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