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집 피해 한국 온 부랴트 부자의 불안한 피란
핵심 요약
징집을 피해 러시아를 떠난 부랴트계 부자가 한국에서 난민 지위를 기다리고 있다. 치비코프는 전쟁 반대 활동으로 귀국 시 위해를 입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러시아인의 난민 신청은 2025년 2만건을 넘었지만 인정 사례는 없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4년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징집을 피해 고국을 떠난 러시아 부자가 한국에서 난민 지위를 기다리고 있다. 몽골 국경 인근이 고향인 부랴트계 러시아인 니마 치비코프(54)는 23세 아들과 함께 2024년 몽골을 거쳐 한국에 들어왔다. 아들은 전쟁에 동원되지 않기 위해 러시아를 탈출했고, 두 사람은 현재 한국에서 난민 인정 절차를 밟고 있다.
치비코프의 친척 가운데 한 명은 교도소에 있던 중 계약을 맺고 전장으로 향했다. 그는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싸우다 다쳐 입원한 뒤 치료 휴가로 귀향했으며, 부상 보상금 300만루블(약 3만6000달러)을 받았다. 현재는 러시아의 한 병원에 다시 입원해 있다. 치비코프는 아들이 귀국할 경우 같은 운명을 맞을 수 있다는 두려움을 안고 있다.
치비코프 자신은 징집 대상이 아니었지만 전쟁 반대 의사를 공개적으로 드러내면서 주변과 멀어졌다. 그는 러시아가 침략자이고 우크라이나가 방어하는 쪽이라고 친척과 지인들에게 말했으며, 일부는 조용히 들었지만 다른 이들은 논쟁을 벌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적대적인 반응이 커졌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한국에 온 뒤에는 러시아의 전쟁 수행을 비판하는 유튜브 계정을 열었으나 이후 차단됐다. 그는 부랴트인을 비롯한 소수민족 남성들이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체첸·조지아 전쟁과 시리아 분쟁에서도 집중적으로 모집됐다고 주장한다.
한국에서 러시아 국적자의 난민 신청은 2025년 2만건을 넘어섰지만,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신청자는 한 명도 없다. 난민 신청자를 돕는 활동가는 러시아와의 외교적 긴장을 우려해 관련 심사가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2023년 인천국제공항에서 수개월 동안 입국하지 못한 러시아인들의 사연이 알려졌지만, 보호를 구하는 이들의 불확실한 체류는 계속되고 있다. 고향과 가족을 그리워하는 아들에게 치비코프가 바라는 것은 한국에 머물며 전쟁에 나가지 않아도 되는 미래를 준비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