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공문 위조해 자영업자 노린 기관 사칭
핵심 요약
서울시 직원을 사칭한 남성이 허위 지원사업 공문으로 동물 미용실의 장비 구매를 유도했다. 국가인권위원회와 한국조폐공사 등 여러 기관을 내세운 유사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기관 사칭형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2023년 2364억원에서 지난해 9884억원으로 급증했다.
서울 중랑구에서 동물 미용실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달 31일 오전 9시 서울시 정원도시국 동물보호과 직원을 자처한 남성의 전화를 받았다. 남성은 ‘반려동물 시설 보안 장비 구축 지원 사업’ 공문을 확인했는지 물은 뒤 A씨가 받지 못했다고 답하자 문자메시지로 문서를 보냈다. 서울시에 직접 확인한 결과 전화와 공문 내용은 모두 허위로 드러났다.
전달된 공문에는 동물보호법 개정으로 보안 카메라 설치가 의무화됐으며, 서울시 지정 업체에서 장비를 구매하면 비용 전액을 환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A씨는 구매 절차에 응하지 않고 진위를 확인해 피해를 피했다. 공공기관의 사업 안내 형식을 갖춘 문서와 담당 부서 명칭까지 내세워 자영업자의 장비 구매를 유도한 기관 사칭형 보이스피싱이었다.
유사한 시도는 다른 기관 명의로도 이어졌다. 지난 1일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관을 사칭한 일당은 식당과 카페 운영자에게 장애인용 키오스크 설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방문 조사가 필요하다며 구매를 유도했다. 운영자들의 문의를 받은 인권위가 경찰에 신고해 수사가 진행 중이다. 지난 4월에는 한국조폐공사 직원을 사칭한 일당이 국내 한 연구소에 공공기관 협조 명목으로 5000만원을 요구했다.
과거에는 검찰·경찰·금융감독원을 사칭해 범죄 연루를 주장하며 돈을 빼앗는 수법이 주로 쓰였지만, 최근에는 시청과 국가인권위원회, 한국조폐공사 등으로 사칭 대상이 넓어졌다. 기관 사칭형 보이스피싱은 2023년 1만1314건, 2024년 9519건, 지난해 1만3323건 발생했다. 피해액은 2023년 2364억원에서 지난해 9884억원으로 2년 만에 네 배 넘게 늘었다. 경찰은 공공기관 명의 문서라도 금전을 요구하면 보이스피싱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