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권한에 흔들리는 지자체 행정
핵심 요약
지방의원의 업체 지원·계약 개입과 예산 삭감 압박이 지자체 행정을 흔들고 있다. 지역구 예산 편성부터 용역 발주, 조례 작성, 감사 자료 요구까지 권한 남용 사례가 확인됐다. 지방의회 청렴도는 다른 공공기관 유형보다 낮았고 부당한 업무 요구 경험률은 20.9%였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지방의원의 업체 지원 요구와 계약 개입, 예산 삭감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수도권의 한 공무원은 특정 업체에 지원금을 주라는 요구를 받았고, 다른 공무원은 체육단체에 보조금을 지급한 뒤 의원들 사이의 이권 다툼에 휘말려 감사를 받았다. 공무원들은 예산 심의와 감사 권한이 사업 담당자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고 호소했다.
청소·조경·연구 용역에서도 의원이 선호하는 업체를 사실상 드러내거나 심사 대상 업체 대표와 담당 공무원의 식사 자리를 마련하는 사례가 확인됐다. 2000만원 이하 연구 용역은 경쟁 입찰 없이 수의계약이 가능하며 여성·장애인 기업은 그 기준이 5000만원이다. 의원이 사업 방향에 반복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뒤 연구용역을 제안하면 담당자들이 특정 업체를 염두에 둔 요구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었다.
예산 편성 과정에서는 지방의원이 자기 지역 사업을 끼워 넣고 구체적인 계획은 공무원에게 맡기는 관행도 나타났다. 시의원은 통상 수억원, 상임위원장은 수십억원 규모의 지역 사업을 반영할 수 있다는 내부 증언이 나왔다. 지역구 예산을 우선하다 국비 지원 R&D 사업에 필요한 지자체 기본 예산을 마련하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 조례 발의 실적을 위해 다른 지역의 조례를 찾아 초안까지 대신 작성하라는 요구와 10년치 감사 자료를 종이로 제출하라는 지시도 제기됐다.
권한 남용 의혹이 사법·징계 절차로 이어진 경우도 있다. 인천시의원 2명은 전자칠판 업체에서 1억6000만원을 받고 교육청 예산 반영을 요구한 혐의로 지난해 4월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전북도의원은 30억원 규모 전력 절감 시스템 도입을 요구한 의혹으로 공개 경고와 출석정지 30일 처분을 받았고, 징계 취소 청구는 지난 3월 기각됐다. 2025년 지방의회 종합청렴도는 74.9점이었으며 부당한 업무처리 요구 경험률은 20.9%, 특혜성 개입·압력은 11.43%, 계약업체 선정 관여는 11.12%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