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안보 재편에 흔들리는 미국 패권
핵심 요약
호르무즈해협의 주도권이 이란 쪽으로 기울고 중동 동맹국들은 독자 안보체제 구축에 나섰다. 미국은 석유·달러 체제와 이스라엘을 축으로 중동 패권을 구축했으나 장기 전쟁의 부담을 떠안았다. 중동 개입을 줄이려던 미국의 구상은 잇단 전쟁과 지역 질서 재편 속에서 차질을 빚고 있다.
미국이 주도해 온 중동 질서가 흔들리고 있다.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이 과거 상태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고, 미국의 동맹인 사우디아라비아·튀르키예·파키스탄은 지난 7일 ‘메카 공동방위협정’을 체결했다. 미국 중심의 안보체제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구체화하는 가운데,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주도권도 이란 쪽으로 기울고 있다.
미국의 중동 지배력은 1945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과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국왕의 퀸시호 회담을 기점으로 확대됐다. 미국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을 11분 만에 승인했고, 1953년 중앙정보국의 ‘아약스’ 공작으로 이란 모하마드 모사데크 정부를 무너뜨렸다. 1956년 수에즈 위기에서는 영국과 프랑스의 무력 개입을 저지하며 유럽 제국을 대신할 패권국의 지위를 굳혔다.
1967년 6일 전쟁 이후 이스라엘은 미국의 핵심 대리 세력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은 1973년 4차 중동전쟁과 오일쇼크를 거치며 사우디 안보와 달러 결제 석유 거래를 결합한 페트로달러 체제를 구축했다. 이집트가 미국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평화협상에 나서면서 소련의 영향력은 약화했다. 1980년대 유가 폭락은 석유 수입에 의존하던 소련 경제를 흔들었고, 1991년 걸프전과 소련 해체는 미국의 일극 체제를 선명하게 드러냈다.
그러나 정점에 오른 패권은 장기 개입의 부담으로 바뀌었다. 2001년 9·11테러 뒤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이어졌고, 이라크에서는 2014년부터 영국 규모의 영역을 장악한 이슬람국가가 등장해 2019년에야 잦아들었다. 미국은 2021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했지만 중동 이탈에는 실패했다. 2018년 이란 핵협정 파기와 아브라함 협정 이후 가자 전쟁과 이란 전쟁으로 충돌이 확대됐고, 달러·석유의 연계와 이스라엘 안보를 중시하는 정책은 미국을 중동에 더욱 깊이 묶어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