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장개혁 설계한 주룽지 전 총리 별세
핵심 요약
주룽지 전 중국 국무원 총리가 12일 베이징에서 98세로 별세했다. 국유기업 구조조정과 2001년 WTO 가입을 주도해 중국 경제의 시장화와 세계 경제 편입을 이끌었다. 강도 높은 개혁과 부패 척결로 평가받았지만 실업과 빈부 격차 확대라는 비판도 남겼다.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국유기업 구조조정을 이끌었던 주룽지 전 중국 국무원 총리가 12일 베이징에서 숨졌다. 향년 98세다. 1998년부터 2003년까지 총리를 지낸 그는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중국 경제의 시장화를 지휘한 핵심 경제 관료로 꼽힌다.
주 전 총리는 적자 국유기업의 합병과 대규모 인원 감축을 밀어붙이며 경제 구조를 바꿨다. 2001년에는 중국의 WTO 가입을 성사시켜 글로벌 경제체제 편입과 고속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다만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규모 실업이 발생하고 빠른 시장경제 도입으로 빈부 격차가 커졌다는 비판도 뒤따랐다.
1928년 후난성 창사에서 태어난 그는 칭화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했다. 1958년 국가 경제정책을 비판한 뒤 당적을 박탈당했고, 문화대혁명 때 농촌으로 보내져 5년 동안 농사를 지으며 소와 양을 길렀다. 1978년 복권된 뒤 1988년 상하이 시장, 1991년 국무원 부총리를 거쳐 총리에 올랐다. 장쩌민 전 국가주석의 핵심 경제 참모로서 덩샤오핑이 시작한 시장경제 개혁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거침없는 화법은 그의 개혁 행보를 상징했다. 부패 척결에 나서며 관 100개 가운데 99개는 부패 관리에게, 나머지 하나는 자신에게 남기겠다고 선언했다. 1998년 대홍수 때 부실한 양쯔강 제방을 ‘두부 찌꺼기’로, 건설 관계자들을 ‘기생충’으로 지칭했고 잘못을 저지른 은행 관계자에게도 직설적인 비판을 쏟아냈다. 아시아 금융위기로 수출 감소 압력이 컸던 1998년 3월에는 지뢰밭이나 낭떠러지가 앞에 있어도 전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