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위법인 ‘996’ 꺼낸 주 52시간 완화론
핵심 요약
산업부 장관이 중국 기업 사례를 들어 주 52시간제 완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중국에서는 주 72시간의 ‘996’ 근무가 법정 연장근로 상한을 위반한 불법으로 판단됐다. 반도체 연구개발 인력의 적용 예외를 놓고 정책 변화와 노동자 의사 반영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 6일 관훈토론회에서 중국 기업의 장시간 근무 사례를 들며 주 52시간 근로제 개편 필요성을 제기했다. 정부·여당이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를 포함한 3대 메가프로젝트를 서두르고, 메가특구특별법에 연구개발 인력의 적용 예외를 추진하는 가운데 주무 부처 장관이 규제 완화 범위를 스타트업과 첨단산업 전반으로 넓혀야 한다는 뜻까지 밝힌 것이다.
김 장관은 중국 충칭의 한 IT기업이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 일하는 ‘996’을 도입하려다 직원 반발로 자정까지 근무하는 체제로 바꿨다는 출장 당시 일화를 소개했다. 그러나 중국 최고인민법원과 인력자원사회보장부는 2021년 주 72시간에 이르는 996이 연장근로 상한을 중대하게 위반하며, 이를 거부한 노동자를 해고하는 조치도 무효라고 판단했다. 중국 노동법상 노동시간은 하루 8시간·주 평균 44시간 이내이며, 표준근로시간은 하루 8시간·주 40시간이다. 연장근로 역시 원칙적으로 하루 1시간, 예외적으로 하루 3시간과 월 36시간을 넘을 수 없다.
중국에서는 IT 노동자의 과로사가 이어지면서 ‘715’와 ‘007’처럼 극단적인 근무 형태를 비꼬는 표현이 등장했고, 개발자들은 장시간 노동 기업을 공개하는 ‘996.ICU’ 캠페인을 벌였다.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가 2019년 996을 ‘거대한 축복’이라고 표현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2024년 1865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 38개 회원국 가운데 6위다. 연구개발 인력의 예외 조항은 윤석열 정부 당시 민주당의 반대로 반도체특별법에서 빠졌지만, 해당 법은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해 이달 시행된다.
김 장관은 일하려는 청년의 의지를 제도가 막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고, 이언주 민주당 의원도 노동자 내부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노동계는 법정 근로기준이 개인 선택과 별개로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최저선이라며 반발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유해화학물질 노출 위험에 장시간 과로까지 더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가 지난달 13일 공개한 자체 조사에서는 노동조건 등을 고려해 메가프로젝트에 반대한다는 조합원이 84%로 집계돼, 특례 추진 과정에서 현장 노동자의 의사가 반영됐는지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