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완성차, 중국 협력 확대 속 기술 종속 경계
핵심 요약
르노코리아는 지난해 지리그룹에서 9527억원을 매입하고 폴스타4 위탁생산까지 협력을 넓혔다. KGM은 체리자동차의 투자와 플랫폼·PHEV 기술을 바탕으로 공동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개발 효율을 높이는 효과와 함께 독자 기술 및 국내 부품 생태계 약화 위험도 커지고 있다.
르노코리아와 KG모빌리티(KGM)가 중국 완성차 기업과의 자본·기술·생산 협력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9일 공개된 공시에서 르노코리아가 지난해 지리그룹으로부터 매입한 금액은 9527억원으로 확인됐다. 이 중 차량·부품 매입액이 9019억원에 달했다.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 그랑 콜레오스를 지리차 CMA 플랫폼 기반으로 개발하면서 관련 부품 조달 규모가 커진 결과로 해석된다.
양측의 협력 범위는 부품 공급을 넘어 생산으로 확장됐다. 르노코리아는 지리그룹 계열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의 폴스타4를 부산공장에서 위탁생산하며 국내 시설을 글로벌 공급망에 투입하고 있다. KGM도 체리자동차에서 7500만 달러, 약 1100억원의 전략적 투자를 유치했다. 체리가 매입한 전환사채가 주식으로 전환되면 KGM 지분 약 10%를 보유해 기술 협력사이자 주요 주주가 된다.
KGM과 체리는 2024년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뒤 이듬해 중대형 SUV 공동 개발에 착수했다. 체리의 T2X 플랫폼과 플러그인하이브리드 기술을 적용한 중형 SUV ‘SE10’이 첫 결과물이다. 현대차·기아가 높은 내수 점유율을 확보하고 수입차 업체까지 경쟁하는 상황에서 중견 완성차 업체들은 이미 기술을 갖춘 중국 기업과 손잡아 개발 기간과 비용을 줄이고 신차 라인업을 신속히 보강하는 생존 전략을 택했다.
협력이 전기차에서 자율주행과 소프트웨어로 장기 확장되면 독자 기술개발 역량이 약해지고, 브랜드만 남은 채 핵심부품을 중국 공급망에 의존하는 ‘빈 껍데기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내 자동차 부품기업 2만여곳의 95% 이상은 연매출 300억원 미만 중소·중견기업이어서 미래차 기술개발과 설비 투자 부담이 부품 생태계의 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중국 협력이 불가피하다면 공동 개발과 부품 국산화를 병행하는 방식이 기술 종속을 낮추고 경쟁력을 확보할 관건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