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유동화로 은행 조달 기반 넓혀야
핵심 요약
국내 은행이 보유한 주담대는 위기 때 활용하기 어려운 비유동성 자산에 머물러 있다. 미국은 MBS와 담보부 차입을 통해 장기 모기지를 고유동성 자산으로 운용한다. 은행의 조달 기반을 넓히려면 표준화된 장기고정금리 대출과 커버드본드 유동화가 필요하다.
신규 주택담보대출에서 변동금리형이 차지하는 비중이 80% 안팎까지 높아지면서 일부 은행이 해당 상품의 취급을 잠정 중단했다. 이들 은행의 신규 주담대는 사실상 5년마다 금리를 다시 정하는 주기형 상품으로 채워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 은행이 보유한 5년 주기형과 혼합형 대출은 위기 때 매각하거나 담보로 활용하기 어려워, 신용위험이 낮고 이자수입이 안정적인 자산임에도 전략적 유동성으로 쓰이지 못하고 있다.
미국 상업은행의 모기지 관련 자산은 주담대 약 3조달러와 기관 보증 주택저당증권(MBS) 약 2조4000억달러로 구성된다. 잔액 약 9조5000억달러인 기관 보증 패스스루 MBS는 미국 전체 MBS 시장의 90%를 차지하며 유동성커버리지비율 규제상 레벨 2A 고유동성 자산으로 인정된다. 유동화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30년 고정금리 점보론도 연방주택대출은행에 담보로 제공해 저금리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장기 모기지를 보유하면서 대차대조표와 자기자본의 경제적 가치를 조정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2004년 주택금융공사 설립과 보금자리론 도입을 계기로 장기고정금리 대출을 유동화하는 2차 시장이 형성됐다. 주금공은 22년간 MBS를 꾸준히 발행해 시장 기반을 다졌지만, 은행들은 주담대의 낮은 신용위험과 안정적인 수익을 중시해 만기 보유를 선호했다. 국내 대출이 이 시장에서 거래되려면 보금자리론과 같은 구조로 표준화된 순수 장기고정금리 상품이어야 한다.
지정학적 위험과 공급망 불안, 에너지 가격 변동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예금과 은행채에 의존한 조달 방식의 한계도 커지고 있다. 5대 은행 요구불예금은 6월 말 722조2928억원에서 7월 말 665조8879억원으로 56조4049억원 줄어 2019년 집계 이후 월간 최대 감소를 기록했다. 정기예금 유치 경쟁은 2금융권의 조달비용과 위험자산 투자를 키울 수 있고, 은행채 집중은 회사채·여전채 시장의 신용경색을 부를 수 있다. 은행이 표준화된 장기고정금리 주담대를 공급하고 필요할 때 커버드본드 형태로 유동화하는 관행을 정착시키는 일이 조달 수단 다변화의 과제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