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중산층 대신 초고가 주택에 집중
핵심 요약
정부가 종부세 기본공제를 높이는 대신 초고가 주택의 최고세율을 인상했다. 중산층의 조세 반발과 서울의 정치적 변수가 과세 범위를 좁힌 배경으로 작용했다. 보유세 정상화를 내세웠지만 초고가 자산에 집중된 구조로 부유세 성격이 강해졌다.
정부가 지난 3일 초고가·비거주 주택의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높이고 1가구 1주택 양도소득세 혜택을 줄이는 부동산 세제 개편안을 내놨다. 실거주 1주택자를 보호하면서 고가 자산의 보유 부담을 강화한다는 구상이지만, 과세 대상을 시가 45억원 이상 주택에 집중하면서 보편적인 보유세 개편보다 선별적인 증세에 가까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개편안은 종부세 기본공제를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올려 납세 인원을 줄이는 동시에 초고가 주택에 적용되는 최고세율을 인상하는 구조다. 시가 30억원 이하 실거주 주택의 세 부담은 덜고 45억원 이상 주택에 부담을 집중한 셈이다. 보수 진영은 지나치게 복잡한 설계라고 비판하고, 진보 진영은 일부 자산만 겨냥한 증세로 보유세 개편의 취지가 약해졌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과세 범위를 넓히지 않은 배경에는 종부세가 다시 중산층 세금으로 받아들여질 경우 발생할 정치적 부담이 자리한다. 2022년 종부세 납세자는 처음 100만명을 넘어 현재의 약 두 배 수준에 이르렀고, 같은 해 정권이 교체됐다. 마포·용산·성동 등 한강벨트까지 부담 증가가 확산하면 서울 중산층의 반발이 커지고 여당 내부에서도 이견이 확대될 수 있다는 판단이 이번 과세선 설정에 반영됐다.
서울시장 선거를 둘러싼 변수도 세제 전선을 넓히기 어려운 요인으로 거론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021년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태균 씨에게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고 후원자가 비용을 대신 내도록 한 혐의로 최근 1심에서 당선무효형인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내년 4월께 가능한 최종심에서 원심이 유지되면 재보궐선거가 치러질 수 있다. 결국 정부는 ‘넓고 낮은 보유세’ 대신 ‘좁고 높은 보유세’를 택했고, 김우철 한국재정학회장이 프랑스식 부유세와 비교한 것도 초고가 자산에 세 부담이 집중된 구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