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장 틈탄 오너가 지분 이동…세대교체 속도
핵심 요약
증시 조정기에 주요 기업 오너 일가의 지분 증여가 잇따르고 있다. LX홀딩스와 일양약품은 증여를 통해 최대주주가 부친에서 장남으로 바뀌었다. HD현대와 LS그룹에서도 고점보다 낮아진 주가 수준에서 후계 세대로 지분이 이동했다.
국내 증시가 조정 국면에 들어서자 대기업과 중견기업 오너 일가의 지분 증여와 매입이 이어지고 있다. 주가가 고점에서 내려온 시기에 경영권과 자산을 넘기고 후계자의 지배력을 높이는 흐름이다. 상장주식 증여세는 증여일 전후 각 2개월의 종가 평균으로 산정돼, 주가 하락기에 같은 지분을 증여하면 세 부담도 줄어들 수 있다.
구본준(74) LX그룹 회장은 10일 장남 구형모(39) LX MDI 사장에게 LX홀딩스 610만주, 지분 7.85%를 증여했다. 구 사장의 지분율은 11.92%에서 19.77%로 높아지고 구 회장 지분은 19.99%에서 12.14%로 낮아져 최대주주가 바뀌었다. 증여일 종가 8000원은 지난 5월 고점 9950원보다 약 20% 낮다. 주식 가치는 약 488억원으로 고점 기준보다 119억원 적으며, 할증평가 20%와 최고세율 50%를 단순 적용한 세 부담 차이는 약 70억원으로 추산된다. LX는 과거에도 증여가 있었던 만큼 주가 하락을 겨냥한 결정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HD현대에서도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이 다음 달 3일 장남 정기선(44) HD현대 회장에게 280만주를 처음 직접 증여한다. 정 회장의 지분율은 6.12%에서 9.67%로 오른다. 공시일인 4일 종가 20만8500원은 4월 고점 31만500원보다 33% 낮아 평가액도 약 8694억원에서 5838억원으로 2856억원 줄었다. HD현대는 지난해 장내 매수부터 이어진 책임경영 강화의 연장선으로 이번 증여를 설명했다.
LS그룹에서는 지난달 13일 구자열 LS 이사회 의장과 구자용 E1 회장,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이 E1 주식 총 49만8000주를 자녀와 손자에게 증여했다. 당시 종가 8만4800원은 2월 고점 11만2500원보다 약 25% 낮았지만 E1은 주가와 무관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일양약품도 지난달 30일 정도언 전 회장이 장남 정유석 대표에게 170만주를 넘겨 최대주주가 교체됐다. 중국 합작법인 회계 처리 논란과 장기 거래 정지를 겪은 뒤 증여일 종가는 8130원으로 올해 최고가 1만3630원보다 40% 낮았다. 최근 흐름에는 고령 오너의 생전 지분 정리와 후계자 지배력 강화, 가족 간 지분 조정, 높은 증여세 부담을 함께 고려하는 성격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