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호칭 논쟁, 북향민이 묻는 관계의 출발점
핵심 요약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조선’ 호칭 공론화가 국가 인정과 남북관계의 성격을 둘러싼 논쟁으로 번졌다. 북향민 사회에서는 독재정권에 정당성을 줄 수 있다는 우려와 상대의 이름을 불러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호칭 선택은 북향민의 정체성과 남북의 향후 관계 설정까지 연결된 문제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5일 청와대 통일부 업무보고에서 북한의 정식 국호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줄여 ‘조선’으로 부르는 방안을 공론화하자 논쟁이 확산됐다. 정 장관은 남북 평화공존을 위해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일이 필요하다는 취지를 밝혔으나, 이후 통일부가 호칭 변경을 주도하려는 것은 아니라며 공론화에 무게를 뒀다.
2004년 16세로 입국해 이듬해 대한민국 주민등록번호를 받은 조경일 피스아고라 대표는 북에서 14년, 중국에서 2년을 살았다. 한국 정착 뒤에는 ‘탈북자’나 ‘탈북민’으로 불렸고, 특히 청년들이 취업과 일상에서 불이익을 피하려 외모와 말투는 물론 이력서와 자기소개서에서도 북한의 흔적을 지우려 한다고 짚었다. 고향을 중심에 둔 ‘북향민’이라는 호칭을 선호하는 이유도 정체성을 결핍이 아닌 경험으로 바라보게 한다는 데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3조는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규정해 북쪽을 별도 국가가 아닌 미수복 영역으로 보는 인식의 토대가 됐다. 북측 역시 남쪽을 ‘남조선’으로 불러 서로의 이름을 인정하지 않았다. 반면 남북은 1991년 제46차 유엔총회에서 159개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함께 가입했고, 남북기본합의서와 정상회담 성명에서는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와 상호 존중을 확인해 왔다.
북향민 사회의 견해도 하나로 모이지 않는다. ‘조선’이라는 이름이 김씨 일가의 세습 독재와 정권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반론이 있는 반면, 현실의 상대를 호명해야 관계 개선도 시작할 수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조 대표는 ‘조선’ 사용이 영구적인 두 국가 체제를 승인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인정하면서 통일을 지향하는 일시적 관계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호칭 논쟁은 결국 남북이 어떤 관계를 설정할지를 둘러싼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