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구석기 발자국 화석, 복합 위기에 노출
핵심 요약
제주 사람발자국·동물발자국 화석산지가 침식과 쓰레기, 무단출입에 동시에 노출됐다. 수장고 고장으로 곰팡이가 발생했고 옮겨진 화석 전석은 주차장에 1년 넘게 방치됐다. 전시·교육 중심의 활용 계획과 함께 보관시설 정상화와 현장 보호 조치가 시급하다.
천연기념물인 제주 사람발자국·동물발자국 화석산지가 침식과 관리 부실이 겹치며 훼손 위험에 놓였다. 지난 3일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와 안덕면 사계리 해안의 출입통제 구역 안에서는 파란 그물과 스티로폼 상자, 붉은 부표, 부서진 바구니 등 쓰레기가 풀숲과 갯바위 사이에 뒤엉킨 채 확인됐다. 자연유산 보호를 알리는 현수막 바로 뒤로 폐기물이 쌓이면서 통제와 현장 관리의 간극을 드러냈다.
2021년 건립된 수장고는 항온항습기의 잦은 고장으로 온도와 습도를 제대로 조절하지 못했고, 보관 화석에 곰팡이가 발생했다. 수장고에서 옮겨진 화석 전석은 옆 주차장에 1년 넘게 노출돼 있다. 울타리를 넘는 관광객과 보호구역에서 해산물을 채집하는 주민도 반복적으로 목격됐다. 무른 응회암에 남은 발자국은 한 차례의 접촉에도 원형이 영구 훼손될 수 있지만,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하는 공공근로 인력 2명만으로 넓은 구역과 카메라 사각지대를 관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 일대에서는 2004년 사람과 코끼리, 사슴 등의 발자국 화석이 대규모로 발견됐다. 후기 구석기 시대 현생 인류의 이동 흔적으로,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인류 생흔 화석이자 아시아 최초·세계 여덟 번째 인류 발자국으로 확인돼 2005년 천연기념물 제464호로 지정됐다. 사람과 동물의 흔적이 함께 남아 집단 이동 경로와 당시 생태계를 살필 자료로 평가됐지만, 해마다 이어진 파도와 바람의 침식으로 상당 부분이 사라졌다.
세계유산본부가 지난해 4월 시작한 연구용역은 훼손된 현장 원형 대신 전시·교육 기반을 확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단기 과제로 제주도세계지질공원 지질명소 지정, 수장고와 옥상·주차장을 활용한 복제품 전시, 자연유산 행사 기간의 한시 개방이 포함됐다. 중장기적으로는 제주 전역의 화석과 IT 전시, 교육관광 기능을 결합한 방문객 복합센터 조성도 제안됐다. 계획 실행에 앞서 수장고 정상화와 전석 이전, 정기 청소, 감시 사각지대 해소, 무단출입 과태료의 실효성 확보, 해안 화석 모니터링을 서둘러야 할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