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바람과 파도, 강요배 화폭에 번지다
핵심 요약
강요배 작가가 제주 일상 풍경을 담은 개인전 ‘소소, 반색’을 12일 개막한다. 폭포와 파도부터 심해어, 쿠르스크의 해바라기까지 폭넓은 소재를 선보인다. 아크릴 물감의 농도와 표현 기법을 달리한 작품들은 다음 달 12일까지 전시된다.
강요배 작가가 4년 만의 개인전 ‘소소, 반색’을 12일 서울 종로구 학고재 갤러리에서 연다. 올해 74세인 강 작가는 관객이 작품 설명이나 제목을 확인하기 전에 그림 자체를 먼저 감상하기를 권했다. 화면에서 받은 첫인상을 충분히 느낀 뒤 제목에 담긴 의미를 살피면 상상의 폭을 더욱 넓힐 수 있다는 취지다.
전시장 입구에는 폭포를 그린 ‘대서’와 ‘소서’가 나란히 걸렸다. 작품명은 각각 절기이자 큰 더위와 작은 더위를 뜻해 화면 속 폭포와 다른 결의 해석을 이끈다. 동선을 따라가면 폭 3m가 넘는 파도 그림 ‘창파’가 모습을 드러낸다. 2015년에 완성한 이 대작 맞은편에는 음력 2월 영등할머니가 불게 한다는 폭풍을 표현한 ‘영등바람’이 배치됐다.
이번 전시는 제주 4·3 사건을 다룬 역사화 연작으로 널리 알려진 강 작가의 최근 작업을 중심으로 꾸려졌다. 고향이자 현재 생활하는 제주에서 마주한 폭포와 파도, 나무, 하늘, 바람이 주요 소재다. 작업실 마당의 여러 꽃과 나무, 고양이도 등장한다. TV 뉴스에서 본 독특한 생김새에 이끌려 그린 심해어 ‘혹등아귀’와 우크라이나 전쟁 격전지 쿠르스크의 해바라기를 담은 ‘해바라기-쿠르스크’도 선보인다.
작품마다 같은 아크릴 물감의 농도와 사용법을 달리한 흔적이 뚜렷하다. 어떤 화면에서는 색을 부드럽게 펼치고, 다른 화면에서는 거친 바람의 움직임을 드러냈다. 물감을 칠한 뒤 일부를 긁어내 선을 만드는 방식도 활용했다. 오랜 기간 캔버스와 물감을 다루며 익힌 여러 기법을 소재에 맞춰 변주한 이번 전시는 스스로를 ‘시골 노인’이라 부르는 작가의 일상적인 그림 작업을 보여주며 다음 달 12일까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