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직관이 키운 경제정책의 비용
핵심 요약
인도의 2016년 화폐 개혁과 미국의 변동성 큰 관세 운용은 경제적 비용을 키웠다. 비크리 경매를 적용한 인도의 3G 주파수 매각은 예상액의 두 배를 넘는 약 150억 달러를 확보했다. 대만의 영수증 복권은 시민의 참여 유인을 만들어 도입 1년 만에 세수를 75% 늘렸다.
경제정책은 상식만으로 판단할 수 있는 영역과 공학처럼 정밀한 설계가 필요한 영역이 함께 존재한다. 인도 정부가 2016년 단행한 화폐 개혁은 전문가 분석이 배제될 때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보여준다. 나렌드라 모디 정부는 불법 자금과 부패를 억제한다며 불과 4시간 전에 고지한 뒤 시중 화폐의 86%를 법정통화에서 제외했다. 시장은 혼란에 빠졌고 국내총생산 성장세는 4년간 둔화했으며 청년 실업률은 26%까지 치솟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를 협상 수단으로 운용한 방식도 정책 불확실성을 키웠다. 관세가 낮거나 높은 수준에서 예측 가능하게 유지되면 기업은 각각 국경 간 교역이나 국내 생산에 투자할 수 있다. 그러나 관세를 반복적으로 발표·유예·재협상하고 예외를 두거나 상대국 압박을 위해 인상하면 어느 쪽에도 자금을 투입하기 어려워진다. 미국은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 높은 물가와 성장 둔화라는 비용을 부담했다.
전문 설계의 효과는 경매에서 뚜렷하다. 윌리엄 비크리는 1961년 최고가를 써낸 사람이 낙찰받되 두 번째로 높은 금액만 지급하는 밀봉입찰 방식을 제시했다. 참가자는 실제 가치보다 높게 쓰면 손해를 볼 수 있고 낮게 쓰면 감당 가능한 가격에도 낙찰 기회를 잃으므로 자신의 최대 지불 의사를 그대로 제시하는 것이 최선이다. 인도는 2010년 만모한 싱 총리 재임 중 이 원리를 반영한 3세대 이동통신 주파수 경매를 실시해 예상액 70억 달러의 두 배를 넘는 약 150억 달러를 확보했다. 기존 행정 배분을 따랐다면 약 80억 달러가 민간 기업에 돌아갈 수 있었다.
부패 대응에도 처벌 강화만이 아니라 유인과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인도에서는 아요디아 람 사원 기부금 횡령 의혹이 불거질 만큼 부패 문제가 폭넓게 나타났다. 대만은 상인들의 매출 누락을 막기 위해 청나라 시대까지 기원이 거슬러 올라가는 거래 기록인 파피아오 관행을 활용해 1951년 통일영수증 복권을 도입했다. 공식 영수증마다 정기 현금 당첨 기회를 부여하자 소비자가 직접 영수증을 요구했고, 사업자의 매출 은폐가 어려워지면서 1년 만에 세수가 75% 증가했다. 정치가 기술적 판단 영역을 침범할수록 경제적 손실 위험도 커진다는 점에서 엄밀한 분석과 전문성이 정책 결정의 핵심 조건으로 제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