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이 떠받친 증시, 급락 뒤 드러난 대가
핵심 요약
정책 지원 속에 급등한 코스피가 최고점 이후 38% 하락하며 시가총액 2780조원이 증발했다. 국민연금의 대응 지연과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확산이 손실 및 변동성 논란을 키웠다. 그리스와 중국의 사례는 국가 주도 주가 부양이 장기적인 시장 불신과 가격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와 여당이 주가 부양에 속도를 낸 뒤 코스피가 급등했지만, 지난 6월 22일 역대 최고점에서 지난달 29일까지 38% 떨어지며 시가총액 2780조원이 사라졌다. 민주당은 지난해 6월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고, 정부는 성과 자료집에 ‘코스피 8000’을 치적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인공지능 산업의 고점 우려가 확산하자 상승세는 급격히 꺾였다.
국민연금은 주식 비중이 기준을 웃도는 상황을 상반기 내내 유지한 데 이어 지난 5월 비공개로 보유 한도를 높였다. 초과분 매도는 선거가 끝난 지난달에야 시작됐고, 그사이 외국인은 150조원 규모를 처분했다. 지난달 급락으로 국민연금의 올해 평가이익 가운데 118조원이 줄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법 개정을 거쳐 5개월 만에 출시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변동성을 증폭시켰고, 올해 코스피가 하루 5% 이상 오르내린 날은 33차례에 달했다.
국가가 증시를 떠받친 뒤 큰 손실을 남긴 사례는 그리스와 중국에서도 나타났다. 그리스 집권당 파속은 2000년 총선을 앞두고 국영 유가증권공사를 통해 주식을 사들였지만 7억유로 넘는 손실을 냈다. 앞서 사회보험기금의 투자 한도를 20%에서 23%로 올린 뒤 1999년 두 배 이상 상승한 지수는 이듬해 42% 폭락했고, 기금 손실은 2002년까지 35억유로를 넘었다. 27년이 지난 지수도 당시 최고점의 절반을 회복하지 못했으며, 지난 5월 말 계좌 99만개 중 실제 거래 계좌는 3만개에 그쳤다.
중국은 2015년 이후 급락 때마다 국영 투자사를 동원했고, 지난해 상장지수펀드 시장에서 이들의 비중은 40%를 넘어섰다. 국가 기관의 매매가 지수를 좌우하면서 가격 왜곡 문제도 커졌다. 한국에서는 두 시간의 온라인 교육만으로 일반 투자자가 고위험 레버리지 상품에 접근할 수 있게 된 가운데 코스닥의 자금 여건도 악화했다. 기업 경쟁력과 장기 수익률보다 단기 지수 부양을 앞세운 정책은 거품이 꺼질 때 국민 부담과 시장 신뢰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