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대북 구상에 대통령 ‘신중론’ 제동
핵심 요약
이재명 대통령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주요 대북정책 구상에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외교·국방 영역을 아우른 정 장관의 제안은 부처 간 협의 부족과 갈등 확산 논란을 낳았다. 북한의 뚜렷한 태도 변화가 없는 가운데 정책 성과와 조정 절차가 재검토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추진해 온 대북정책 구상에 정부 내부의 제동이 걸렸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주 통일부 업무보고에서 정 장관에게 “많이 조심해야 한다”, “더욱 신중해야겠다”고 주문했다. 평화적 두 국가론을 비롯한 주요 정책에는 논쟁의 여지가 있고, 실제로 도움이 될지도 의문이라는 인식을 드러냈다. 조현 외교부 장관도 통일부의 구상이 부처 간 논의와 합의를 거치지 않은 이상주의적 제안이라며 거리를 뒀다.
정 장관은 지난 1년 동안 비무장지대 출입통제권과 한미 대북정책 협의 주체를 둘러싸고 국방부·외교부 소관 영역까지 의견을 내왔다. 한미 연합기밀 누설 논란에도 휘말렸으며, 이번 업무보고에서는 국방부가 다루는 ‘주적’ 개념 변경과 외교부 소관인 남북미중 4자회담 추진을 제안했다. 논란이 불거진 뒤에도 정부 공식 입장으로 확정될 것이라거나 대통령도 같은 인식을 갖고 있다는 취지로 대응하면서 부처 간 갈등이 커졌다.
정 장관은 20년 전에도 통일부를 이끌었다. 당시 집권여당 의장을 지낸 정치적 위상을 바탕으로 통일외교안보 분야 책임장관과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장을 함께 맡았다. 2005년에는 대통령 특사로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을 만나 6자회담 복귀의 계기를 마련했다. 방송기자와 앵커를 거친 순발력, 참모 의견을 정책으로 흡수하는 능력, 목표를 정하면 직접 돌파하는 추진력이 그의 강점으로 평가됐다. 현재 통일부의 위상과 권한은 당시보다 줄어든 상태다.
그러나 과거의 성과가 현재 대북정책의 실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정부가 평화공존을 내세워 유화적 메시지를 보냈지만 북한의 뚜렷한 태도 변화는 확인되지 않았다. 정 장관과 이 대통령이 대북 무인기 침투 문제에 유감을 표시한 뒤 김여정이 이를 “다행스럽고 현명한 처사”라고 평가한 것이 제한적인 반응으로 남았다. 지난해 말까지 부처별 고유 입장을 허용하던 이 대통령이 이번에 신중론을 분명히 하면서, 성과와 부처 간 합의를 기준으로 관련 구상을 재검토할 가능성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