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 대신 질문을 키우는 AI 시대의 학교
핵심 요약
거꾸로캠퍼스는 무학년제와 프로젝트 학습으로 AI 시대의 교육 모델을 실험하고 있다. 학생들은 문제를 먼저 정의한 뒤 AI를 해결 도구로 활용하고, 교사는 코치 역할을 맡는다. 질문과 협력, 시행착오를 중시하는 교육은 대학 진학과 학생의 주체성 변화로 이어졌다.
서울 성북구 대안교육기관 거꾸로캠퍼스가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교육 모델을 9년째 실험하고 있다. 학년도와 성적표, 학생 간 경쟁을 없애고 프로젝트 중심의 학습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2026년 ‘세계 최고의 학교상’ 혁신 부문 세계 톱10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정백 대표는 지식과 정답을 손쉽게 얻는 환경일수록 학생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배움의 방향을 정하는 역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은 당사자 인터뷰와 논문 조사를 거쳐 문제를 정의한 뒤 탐구 범위를 넓히고 해결책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AI를 활용한다. 전통적인 코딩 수업 대신 앱을 직접 기획하고 만드는 ‘AI프로덕트랩’도 운영한다. 교사는 지시와 평가를 담당하는 권위자가 아니라 학습을 돕는 코치로 참여한다. 야간 개방시간 축소를 둘러싼 갈등에서도 학생들이 안건을 발의해 코치들과 필요를 공유하고 절충안을 찾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었다.
거꾸로캠퍼스는 같은 나이의 학생을 한 교실에 모아 동일한 시간표와 속도로 가르치는 기존 체제가 산업사회에 맞춰 설계됐다고 본다. 이에 무학년제와 성장기록부를 도입하고, 강의를 프로젝트로, 경쟁을 협력으로 바꿨다. 교육의 핵심 역량으로는 질문력과 회복탄력성, 협력적 문제해결력, 주체성을 제시한다. 실패를 배제하지 않고 다시 시도할 시간을 보장함으로써 시행착오 자체를 학습 과정으로 삼는 구조다.
재학생 다수는 성적이나 교우관계 문제보다 기존 교육에서 충분히 성장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이곳을 선택했다. 태재대학교 2026학년도 합격자 60명 가운데 7명이 거꾸로캠퍼스 출신이며, 전년도에는 수석 합격자도 나왔다. 입학 초기 무기력했던 학생이 자신의 가능성을 확인하거나 글로벌 쇼케이스 준비에 몰입하는 변화도 나타났다. 이 대표는 청소년이 ‘어떻게 살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놓지 않고 세상의 문제와 씨름하며 자신의 답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