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5년째 러시아, FSB 중심 통치 가속
핵심 요약
전쟁 장기화와 국내 압박 속에서 푸틴 대통령의 FSB 의존이 깊어지고 있다. 시민과 반전 인사에 대한 처벌, 정보 통제, 망명자 제재가 잇따르고 있다. FSB의 영향력은 확대되는 반면 경제 관료와 크렘린 행정 관료의 입지는 약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5년째 이어지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통치가 연방정보국(FSB)을 중심으로 한 강경 노선에 더 가까워지고 있다. 크렘린궁 안에서는 안보 강경파와 경제 관료 사이의 균형이 무너지고 통제 강화를 요구하는 세력의 입지가 커졌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FSB는 최근 텔레그램 창업자 파벨 두로프를 테러 지원 혐의로 수사했다. 우크라이나 드론이 러시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와일드베리스의 물류 시설을 공격한 뒤에는 현장을 촬영한 19세 여성의 사과 영상이 경찰을 통해 공개됐다. 당국은 공습 피해 영상을 게시한 시민들을 체포·처벌하며 전시 정보 통제도 강화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을 비판해 온 블로거 일리야 레메슬로는 가짜뉴스 혐의로 체포된 뒤 정신병원으로 보내졌다. 반전 운동가 보리스 나데즈딘은 알렉세이 나발니의 사진을 게시했다가 외국 대리인으로 지정된 뒤 출국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4일 궐석재판에서 유죄가 선고된 망명 반전 운동가들의 국내 자산을 동결하고 여권 갱신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한 법률에도 서명했다.
통제 강화는 테러 대응과 질서 유지를 맡는 FSB 제2국이 주도하고 있다. 2006년 임명된 KGB 출신 알렉세이 세도프 제2국장은 푸틴 대통령과 직접 소통하는 인물로, 연초 모바일 인터넷 접속 제한에도 앞장섰다. 모스크바 쿠드린스카야 광장의 이탈리아 식당에서 지난 1일 발생한 폭탄 테러는 보안 강화론에 힘을 실었다. 반면 세르게이 키리옌코 크렘린궁 제1부실장 등 관료들의 영향력은 약해졌다. 아르메니아·몰도바·헝가리 총선에서 친러 정파가 친유럽 세력에 패한 결과도 키리옌코의 책임론으로 이어졌다. 대규모 군 사상자와 전비 증가, 고금리, 제재 속 저성장이 겹친 상황에서 강경 통치가 푸틴 대통령의 지지율을 더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