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과 비극으로 이어진 제주·구례의 인연
핵심 요약
제주 서복전시관에서 서복 설화를 매개로 한 구례 서시천과의 인연을 확인했다. 제주4·3과 여순 10·19 사건은 제주와 구례가 공유한 희생의 역사를 드러낸다. 두 지역은 지리적 거리를 넘어 전설과 근현대사의 기억으로 연결돼 있다.
지난 5일 20년 만에 다시 찾은 제주에서 전남 구례와 맞닿은 역사적 연결 고리가 확인됐다. 서귀포 해안의 서복전시관에는 불로초를 찾아 나선 서복의 전설이 남아 있었고, 제주4·3평화공원에서는 제주와 지리산 아래 구례가 함께 겪은 근현대사의 비극을 되짚을 수 있었다. 푸른 바다로 떨어진 두 지역은 오랜 설화와 희생의 기억을 통해 한 줄기로 이어져 있었다.
진시황의 명을 받고 불로초를 찾아 떠난 사자 서복은 제주 한라산을 거쳐 지리산 품에 안긴 구례까지 이르렀다고 전해진다. 구례 냉천마을의 샘물을 마신 뒤 하천을 건넌 일을 계기로 해당 물길이 처음에는 ‘서불천’으로 불렸다는 이야기다. 이후 지명에 쓰인 무성할 ‘불(巿)’ 자를 저자 ‘시(市)’ 자로 잘못 읽으면서 오늘날의 ‘서시천(徐市川)’이 됐다는 유래도 남아 있다.
서복전시관에서 전설로 이어진 두 지역의 인연을 살폈다면 제주4·3평화공원에서는 공동의 아픈 역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제주4·3 진압 명령을 거부하는 과정에서 여순 10·19 사건이 촉발됐고, 역사의 소용돌이는 바다를 넘어 내륙과 지리산 자락으로 번졌다. 이 과정에서 제주 주민들과 구례의 평범한 주민들이 희생됐으며, 두 지역에는 무고하게 목숨을 잃은 이들을 기억해야 할 과제가 함께 남았다.
이번 답사는 제주와 구례의 관계가 하나의 시대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줬다. 수천 년 전 불로장생을 꿈꾼 서복의 여정은 한라산과 지리산, 제주 바다와 구례의 맑은 물길을 하나의 전설로 묶는다. 근현대사에서는 제주4·3과 여순 10·19 사건이 두 지역의 희생을 연결한다.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제주와 구례가 신비로운 설화와 비극의 기억이라는 서로 다른 뿌리를 맞대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