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망 막힌 AI 인프라, 지역사회 비용 갈등 확산
핵심 요약
전력망 증설 지연으로 실리콘밸리의 대형 데이터센터들이 완공 후에도 정상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소음과 전기요금 상승, 생활·농업용수 부족에 비해 고용 효과가 작다는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미국 각지에서 허가 중단과 사업 지연이 이어지고 국내에서도 지역사회 동의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AI 시대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가 전력망과 용수 시설의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지난달 28일 찾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의 48MW급 ‘디지털 리얼티 SJC37’은 2023년 완공된 4만㎡ 규모지만 전력망 증설 지연으로 수년째 가동하지 못하고 있었다. 인근 48MW급 ‘스택 인프라스트럭처 SVY02A’도 자체 변전소를 갖추고도 올해 1월부터 필요량의 절반이 안 되는 18MW만 공급받고 있다.
가동 중인 시설 주변에서는 소음과 전기·물 부족 문제가 동시에 불거졌다. 미시간주 도와지악 주민들은 냉각 팬과 전력 설비가 24시간 내는 50~62dB 소음을 이유로 지난 5월 30MW급 데이터센터에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은 일반 시설의 6~8배에 이르며, 미국 PJM 전력망의 용량 단가는 2년 사이 10배 넘게 상승했다. 미국 소비자 전기요금은 매년 6%대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물 사용을 둘러싼 충돌도 커지고 있다. 말레이시아 조호르의 데이터센터 47곳은 올림픽 수영장 270개 분량인 하루 약 6억7500만L를 사용하고 있으며, 인근에서는 수압 저하와 단수가 발생했다. 캘리포니아 임페리얼밸리에서는 콜로라도강 농업용수를 놓고 데이터센터와 농민이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다. 약 1조9000억원이 투입된 아이오와주 시더래피즈 데이터센터의 정규직 고용은 61명에 그쳐 자원 소비에 견준 일자리 효과도 논란이 됐다.
지역 내 데이터센터 유치에 찬성한 미국인은 조사 대상의 14%에 머물렀다. 지난달 42개 주 142곳에서 물 사용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고, 뉴욕주는 50MW 이상, 시애틀시는 20MW 이상 시설의 신규 허가를 1년간 중단하기로 했다. 올해 1분기에만 49개 주에서 75건 넘는 사업이 지연되거나 중단됐다. 서울 금천구에서도 소음·진동·전자파 우려로 반대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기혁 중앙대 교수는 공청회를 통한 정보 공개와 지속적인 소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