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보다 총리가 앞선 2분 영상, 일본 정가 파장
핵심 요약
다카이치 총리의 구마모토 강진 현장 영상이 피해보다 지도자 이미지를 강조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야권과 보수 정당, 문화계까지 촬영 구도와 면담 대상 선정, 감성적 편집 방식을 문제 삼았다. 해외 사례에서도 재난을 홍보 장면으로 다룬 지도자의 행동과 발언은 공감 부족 논란으로 이어졌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 3일 규모 7.1 강진 피해를 본 구마모토현을 방문한 뒤 공개한 약 2분짜리 영상이 정치적 논란을 불렀다. 방재복을 입고 헬기에 오르는 모습부터 피해 지역을 내려다보며 묵념하고 주민과 악수하는 장면까지 배경음악과 함께 담기면서, 재난의 실상보다 총리의 표정과 동선을 부각했다는 비판이 확산했다.
영상은 악수 장면에 슬로모션을 적용하고, 다카이치 총리가 대피소 교실 문을 열어 주민의 건강을 당부하자 감사의 답변이 이어지는 장면으로 끝난다. 총리는 생활 공간 대신 별실에서 미리 선정된 주민 5명만 만났고, 영상에는 불만이 없거나 눈물이 날 만큼 감사하다는 취지의 발언이 반복됐다. 피해자보다 총리를 주인공으로 삼은 홍보물 같다는 반응이 나온 배경이다.
사민당 라살 이시이 참의원은 촬영 구도와 위치를 사전에 정한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고, 입헌민주당 렌호 참의원은 공식 계정 게시를 막지 않은 총리실의 판단을 문제 삼았다. 일본보수당 아리모토 가오리 사무총장도 현장 방문은 평가하면서 영상에는 위화감이 있다고 밝혔다. 문화계에서는 배경음악과 과도한 주인공 연출을 비판하거나 북한 기록영화에 빗댄 풍자까지 나왔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시찰 상황을 국민에게 알기 쉽게 전달해 온 방식이라고 해명했지만, 지지율 하락을 의식해 재난 현장을 홍보에 이용했다는 비판은 이어졌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지를 전용기에서 내려다본 조지 W 부시, 2017년 푸에르토리코에서 종이타월을 던진 도널드 트럼프, 2009년 라퀼라 강진 이재민의 천막 생활을 캠핑 휴가에 비유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사례도 재난 속 지도자의 연출과 언어가 공감 부족의 상징으로 남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