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여행금지 운용, 판례 취지·해외 제도와 괴리
핵심 요약
외교부가 장기 여행금지의 근거로 든 헌재 결정은 한시적·최소한의 제한을 전제로 했다. 미국은 북한만 법적으로 제한하고 일본과 영국은 위험 지역을 세분화해 운용한다. 형사처벌 중심 제도를 자기책임형 권고제로 전환할지를 두고 국회의 입법 논의가 요구된다.
외교부가 장기간 유지해 온 여행금지 제도의 근거로 헌법재판소 결정과 미국 사례를 제시했지만, 실제 결정 취지와 해외 운용 방식은 현행 제도와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현재 전 지역 금지 10개국과 일부 지역 금지 13개국이 지정돼 있으며, 상당수 지역에서는 10년 넘게 6개월 단위 연장이 반복됐다. 외교부는 올해 초 단계적 경보 하향을 검토했으나 2026년 2월 중동 정세 악화로 조정이 어려워졌다는 입장이다.
2008년 헌재 결정은 여권 사용 제한 대상을 전쟁 중인 3개국으로 좁히고 기간도 약 1년으로 정한 점을 기본권 침해를 줄인 사정으로 판단했다. 2020년 결정 역시 위급 상황에서 형사처벌 조항을 둘 수 있는지 심사했을 뿐, 특정 국가 전체를 장기간 금지하는 행정 운용까지 판단한 것은 아니었다. 무단 방문 시 현행 처벌은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이며, 2026년 8월 28일부터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된다.
미국은 북한에 한해 여권 사용을 법적으로 제한하고, 이라크·소말리아·아프가니스탄 등은 법적 강제가 아닌 최고 단계의 여행 자제 권고로 관리한다. 일본도 2025년 이라크를 위험도에 따라 2·3·4단계로 세분화했다. 영국은 2026년 8월 기준 바그다드와 바스라, 아르빌 등 상당수 지역을 필수 목적 외 방문 자제 구역으로 조정했다. 이라크 바스라에서는 2022~2025년 월드컵 아시아 예선과 한국 경기가 정상적으로 열렸지만 한국의 전 지역 금지는 유지됐다.
쟁점은 여행금지 제도의 법적 존립 여부를 넘어 지정 범위와 기간이 정세 변화에 맞춰 최소화됐는지에 모인다. 외교부는 소수의 예외적 여권사용 허가자에게 안전상 위해나 재산상 불이익의 책임을 본인이 부담한다는 서약서를 받고 있다. 이를 가족 방문·관광·사업 등 일반 목적에도 확대해 위험 정보를 제공한 뒤 개인이 선택하도록 하자는 자기책임형 권고제 도입 요구가 제기된다. 형사처벌 중심의 여권법을 손질할지는 향후 국회의 입법 과제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