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소 전 아동도 보호 인수했다면 원장 책임
핵심 요약
입소 상담 중 화상을 입은 한 살배기 아동 사건에서 대법원이 어린이집 원장의 업무상 과실 책임을 인정했다. 정식 입소 여부보다 어린이집이 아동 보호 의무를 실질적으로 인수했는지가 판단 기준이 됐다. 대법원은 무죄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입소 상담을 위해 어린이집을 방문한 한 살배기 아동이 뜨거운 음식이 담긴 냄비에 빠져 화상을 입은 사건에서 원장의 업무상 과실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는 충남 계룡시 어린이집 원장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사고는 2023년 5월 발생했다. B군이 상담 중 원장실 밖으로 나가려 하자 A씨는 보호자에게 아이가 어린이집을 둘러보도록 두라는 취지로 말한 뒤 직접 데리고 나갔다. 이후 거실에서 수업하던 보육교사들에게 B군을 맡겼지만 담당자를 명확히 정하지 않았고, B군은 약 25분 동안 시설 안을 혼자 돌아다녔다. 문이 잠기지 않은 조리실에 들어간 B군은 바닥에 뚜껑이 열린 채 놓여 있던 육개장 냄비 주변에서 넘어져 몸 전체가 빠졌다.
재판의 쟁점은 정식 입소 절차를 마치지 않은 아동에게도 원장의 보호 의무가 성립하는지였다. 1심은 A씨에게 유죄를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입소하지 않은 아동을 전담할 보육교사를 지정할 의무까지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조리실 문을 잠그지 않은 보육교사와 뜨거운 냄비를 바닥에 둔 조리사의 행위가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점도 항소심 판단에 반영됐다.
대법원은 입소 여부가 아니라 어린이집이 아동의 보호를 실질적으로 넘겨받았는지를 기준으로 책임 범위를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A씨가 보호자와 함께 온 B군을 인계받아 보육 공간으로 데려간 이상 어린이집의 보호 영역에서 의무를 적극적으로 인수한 것으로 판단했다. 아동의 나이와 발육 상태에 맞춰 실효적인 보호와 관찰이 이뤄지도록 할 주의 의무도 인정했다. 다른 보육교사와 조리사의 과실이 함께 작용했더라도 A씨의 의무 위반과 사고 사이의 인과관계는 끊어지지 않는다고 판단해 유죄 취지로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