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36주 수술 여성, 항소심서 살인 혐의 벗어
핵심 요약
임신 36주 차에 임신중지 수술을 받은 A 씨가 항소심에서 살인 혐의 무죄를 선고받았다. 항소심은 A 씨가 살아 있는 태아의 출생과 이후 살해 방식을 알았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상고하면서 살인 고의와 임신중지 관련 책임 범위는 대법원이 판단하게 됐다.
임신 36주 차에 임신중지 수술을 받은 A 씨가 살인죄로 기소된 사건에서 항소심이 무죄를 선고했다. 1심은 의료진 등과 태아를 출생시킨 뒤 살해하기로 공모했다고 판단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A 씨가 살아 있는 태아가 모체 밖으로 나온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임신중지를 선택한 여성에게 살인죄가 적용된 첫 사례의 결론이 뒤집힌 것이다.
A 씨는 임신 34~36주 무렵 임신 사실을 알았고, 두 차례 수술을 거절당한 뒤 세 번째 병원에서 수술받았다. 경제적 여력이 부족하고 출산 뒤 아이를 키울 자신이 없다는 이유였다. 수술 전 병원을 연결한 브로커에게 태아가 사산되는지를 물어 사산 상태로 나온다는 취지의 답을 들었다. 항소심은 이 말을 의료진에게 확인하지 않은 설명이라는 점을 A 씨가 알았다는 증거가 없고, 사체 처리 동의서도 태아 사체 처리를 위임하는 일반적 문서로 판단했다.
A 씨가 총수술비 900만 원과 120시간의 과정을 담은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한 사실도 판단 근거가 됐다. 항소심은 A 씨가 제왕절개로 살아 있는 태아를 꺼낸 뒤 인위적으로 숨지게 하는 방식까지 알고 있었다면 영상을 게시한 행동을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반면 1심은 출생과 사망의 위험을 예상하면서도 수술을 받은 만큼 미필적 살인 고의가 인정된다고 봤다. 동일한 사실관계에서 A 씨의 인식 범위를 두고 결론이 갈렸다.
항소심은 임신 유지 여부를 결정할 권리가 일반적 인격권에서 파생되는 헌법상 자기결정권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7년 동안 대체 입법이 마련되지 않아 허용 시기와 약물·시술·수술 기준, 상담과 정보 제공 체계도 확립되지 않은 상태다. 검찰은 지난달 28일 무죄 판결에 상고장을 냈다. A 씨의 살인 고의 인정 여부와 입법 공백 속 임신중지 책임의 범위는 대법원 판단을 받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