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방위력 확대, 순화된 용어로 포장 논란
핵심 요약
일본 정부가 안보 문서에서 ‘전투’를 ‘방어’로 순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과거에도 ‘적 기지 공격 능력’과 ‘무기 수출’을 완곡한 명칭으로 바꾼 사례가 있다. 방위력 강화 찬성 여론과 비핵 3원칙 유지 요구가 동시에 높게 나타났다.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이 방위력 증강을 추진하는 가운데 일본 정부가 안보 정책에 쓰는 표현을 한층 부드럽게 바꾸고 있다. 연내 개정을 목표로 한 3대 안보 문서에는 드론과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을 활용하는 구상을 담으면서 ‘새로운 전투 방식’ 대신 ‘새로운 방어 방식’을 공식 용어로 채택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평화헌법의 정체성과 군사력 확대 정책 사이의 충돌을 완화하려는 조치지만, 정책의 실질은 그대로 둔 채 말만 바꾼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새로운 전투 방식’은 전쟁과 무력행사 포기, 육해공군 전력 보유 및 교전권 부인을 규정한 헌법 정신에 어긋난다는 반발을 불렀다. 히가시노 아쓰코 쓰쿠바대 교수도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많았다며 표현의 적절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6월 세계의 전투 방식을 그대로 도입하려는 게 아니라 일본에 맞는 전략을 국민에게 쉽게 설명하려는 취지라고 밝혔다.
민감한 안보 현안을 완곡한 표현으로 바꾼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일본 정부는 2022년 외국의 미사일 기지 등을 타격하는 ‘적 기지 공격 능력’을 ‘반격 능력’으로 고쳤다. 아베 신조 정권이 2014년 전후의 무기 수출 금지 원칙을 폐지했을 때도 ‘무기 수출’ 대신 ‘방위 장비 이전’이라는 명칭을 도입해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다. 방위력 강화를 지지하는 전직 방위성 고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이런 우회적 표현이 국민을 속이려는 시도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발간된 방위백서 표지도 논쟁에 불을 붙였다. 자위대원이나 전차 등 방위 관련 이미지를 전혀 싣지 않고 젊은이들이 모여 웃는 밝은 만화를 내세워 위험한 임무의 성격을 가렸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18세 이상 일본 국민 3천69명을 조사한 결과 안보 환경이 불안하다는 응답은 77%였고, 방위력 강화에는 68%가 찬성했다. 불안 요인으로는 중국의 군사 동향 81%, 북한 핵·미사일 79%, 러시아 군사 동향 78%, 대만해협 정세 75%가 꼽혔다. 동시에 비핵 3원칙 유지 의견도 67%에 달해 군사력 강화와 기존 평화 원칙을 함께 요구하는 여론이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