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노숙인 퇴거 예고…지원 공백 드러나
핵심 요약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공항 노숙인 약 16명을 대상으로 퇴거와 물품 폐기를 예고했다. 인천에는 노숙인 종합지원센터와 일시보호시설이 없어 퇴거 이후 거처 연계에 공백이 있다. 홈리스행동은 오는 12일 강제 퇴거 중단과 공적 지원체계 마련을 촉구할 계획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지난달 30일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공항에서 생활하는 노숙인들의 물품에 퇴거명령서를 부착했다. 공사가 파악한 공항 내 노숙인은 약 16명이다. 공항에서 1년간 지낸 ㄱ씨는 짐을 정리할 시간을 일주일가량 달라고 요청했지만, 사전 통보 다음 날 명령서가 붙자 서울의 한 성당에서 도움을 받아 노숙인 숙소로 거처를 옮겼다.
명령서에는 노숙 중 방치된 물품이 관련 법에 따라 폐기될 수 있으며, 노숙 행위 제지나 퇴거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벌금·구류·과료 처분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ㄱ씨는 명령서가 부착된 뒤 실제로 짐을 빼앗긴 사람도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퇴거 자체보다 별도의 거처를 구하고 물품을 정리할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은 점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인천에는 거리 노숙인을 위한 종합지원센터와 최대 30일 동안 숙식을 제공하는 일시보호시설이 없다. 시는 거리 상담과 주거 연계 사업을 자활시설에 맡기고 재활시설의 일시보호소를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인천공항 노숙인을 대상으로 한 거리 상담은 한 달에 3∼4차례 수준이고, 연계되는 고시원 등의 주거 환경도 열악해 입소를 꺼리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안형진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상담 빈도와 전문 서비스 부족으로 이용자가 원하는 지원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지원시설 확충이 지연된 배경에는 예산 문제가 있다. 제6대 인천시의회의 관련 조례 심의 과정에서 인천시는 거리 노숙인이 139명인 상황에서 5억∼10억원을 들여 종합지원센터를 세우는 데 비판이 제기돼 설립을 중장기 과제로 돌렸다는 입장을 남겼다. 홈리스행동은 오는 12일 인천공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항 내 노숙인 강제 퇴거 중단과 인천시의 공적 지원체계 마련을 요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