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보호망, 지역 중심 긴급대응이 관건
핵심 요약
국내 이주노동자가 110만 명을 넘었지만 인권침해 피해자를 즉시 보호할 제도는 부족하다. 전북의 E-9 체류자는 5년 사이 76.7% 늘었으나 도 운영 쉼터는 최대 10명 규모의 한 곳뿐이다. 지역 센터에 예산과 권한을 부여해 24시간 보호·쉼터·법률지원·재취업을 연결해야 한다.
국내 체류 이주노동자가 110만 명을 넘어 경제와 지역 산업의 핵심 인력으로 자리 잡았지만, 폭행과 임금체납,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했을 때 즉시 보호할 제도는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 미등록 체류자를 포함하면 전체 규모는 최대 150만 명으로 추산된다. 현장 전문가들은 신고부터 피해자 분리, 임시 거처 제공과 법률·의료 지원, 재취업까지 이어지는 지역 단위의 원스톱 긴급구제 체계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전북의 비전문취업(E-9) 체류 외국인은 2021년 7302명에서 2025년 1만2902명으로 76.7% 증가했다. 그러나 전북도가 운영하는 외국인 노동자 쉼터는 최대 10명을 수용하는 전주외국인노동자쉼터 한 곳뿐이다. 이곳 이용자는 2024년 222명, 2025년 249명으로 늘어나는 수요가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는 순간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고 쉼터로 이동시킬 24시간 대응 조직과 긴급 피난권 보장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정부가 지난 6월 내놓은 이주노동자 인권침해 방지대책은 실태조사와 상시 온라인 익명 설문 등 모니터링에 무게를 뒀다. 하지만 사업주의 평가가 체류와 고용에 큰 영향을 미치는 노동자에게 설문 중심의 사후 확인만으로는 위험을 예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언어 장벽과 정보 부족 때문에 의료·법률 서비스 이용도 쉽지 않은 만큼, 위험을 느낀 노동자가 사업장을 스스로 벗어나 머물 공간과 도움을 받을 창구를 함께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고용노동부는 노동관계법에 근거해 사업주에게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민간 지원단체는 안정적인 존속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지자체 조례를 통해 지역 이주노동자지원센터에 예산과 운영 권한을 부여하고, 센터가 쉼터 연계와 법률 지원을 통합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용허가제와 계절근로자 제도로 인력을 받아들이는 정책과 함께 산업재해·폭력·인권침해 위험에서 노동자를 지킬 공공 안전망도 전국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