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호르무즈 개방에 배상·제재 해제 조건
핵심 요약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조건으로 미국의 전쟁 피해 배상과 제재·해상 봉쇄 해제를 요구했다. 오만과의 잠정 합의 논의는 최종 단계에서 멈췄으며 이란 내부에서는 협상론과 강경론이 함께 제기되고 있다. 해협을 지나는 선박에 대한 공격이 이어지면서 재개방 협상과 별개로 군사적 긴장은 지속되고 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열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미국의 전쟁 피해 배상과 제재 해제 등을 제시했다. 모함마드 바게르 졸가드르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의장은 8일 미국이 이란 공역에서 철수하고 피해를 배상하기 전에는 해협을 개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 이전 완전한 재개방을 추진하고 있다.
이란이 내건 요구에는 자국에 대한 위협과 성지 모독 중단, 레바논·팔레스타인·예멘·이라크 등 동맹을 겨냥한 군사 행동 중단도 포함됐다. 미국의 해상 봉쇄 해제와 동결 자산의 조건 없는 반환 역시 재개방 조건으로 제시됐다. 혁명수비대 대변인 호세인 모헤비 장군도 미국이 요구를 받아들여야 통항을 재개할 수 있다며 호르무즈를 경제 수로를 넘어 지정학적·전략적 힘의 일부로 규정했다.
이란은 지난주 오만과 재개방에 사실상 합의해 양해각서 조율만 남았다고 밝혔지만 최종 서명은 미뤄지고 있다. 양국은 지난 5일 합동성명 발표 준비가 막바지에 이르렀다고 알린 뒤 추가 진전을 내놓지 않았다. 아바스 아라그치 외교장관은 8일 합의가 매우 가까워졌다고 평가하면서도 미국의 기존 양해각서 위반 보상 등 여러 요구의 수용을 조건으로 달았다. 모든 합의에는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호메이니의 승인이 필요하다.
협상을 강조하는 마수드 페제스키안 대통령은 현재의 국가적 결속과 단결을 토대로 분쟁을 끝낼 합의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측은 지난 6월 휴전 연장과 무통행료 통항의 단계적 정상화에 합의했으나 이란이 오만 수로 선박을 공격하면서 이행이 중단됐다. 전쟁 전 세계 석유·천연가스 수송량의 20%가 지나던 해협에서는 긴장도 계속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는 8일 자국 유조선이 이란 미사일의 표적이 됐으며 지난주 네 번째 공격이라고 밝혔다. 아부다비국영석유공사는 2월 전쟁 발발 이후 자사 선박 15척이 피격됐고, 이 가운데 3척은 최근 일주일 사이 공격받았다고 집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