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승 친필 한글 망명가사 첫 공개
핵심 요약
이건승이 서간도 망명 직후 지은 한글 가사 ‘서행별곡’ 친필 유일본이 처음 공개된다. 141장에는 망명 여정과 국권 상실의 비통함, 독립을 향한 의지가 담겼다. 서지와 해제는 2026년 9월, 디지털 원문은 2027년에 공개될 예정이다.
강화학파 유학자 이건승(1858~1924)이 만주 서간도로 망명한 뒤 완성한 한글 가사 ‘서행별곡(西行別曲)’의 현존 친필 유일본이 처음 공개된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이건승의 후손인 이겸주 울산대학교 명예교수로부터 이 자료를 기증받았다. 작품은 국권을 잃고 고국을 떠난 지식인의 비통함과 나라를 되찾으려는 의지를 함께 담은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망명가사다.
이건승은 한일강제병합 이후 일제 통치를 거부하고 1910년 9월 22일 망명길에 올랐으며, 이듬해 3월 모두 141장 분량의 작품을 지었다. 첫 구절은 “어와 이내 몸이 천지간에 생겨나서”로 시작한다. 앞부분에는 망명을 결심한 계기와 후학을 위한 학교 교육을 일찍 시작하지 못한 아쉬움이 시간의 흐름에 따른 심경 변화와 함께 기록돼 있다.
서울에서 신의주로 이동하는 대목에는 길에서 마주한 옛 문화유적에 대한 감회와 서구 문물의 유입을 바라보는 우려가 나타난다. 압록강을 건너 만주로 향하면서는 일본에 대한 두려움과 음식·언어가 다른 이국에서 겪은 고통을 풀어냈다. 서간도에 도착한 이후의 기록에는 국권 회복에 대한 희망과 척박한 현실이 맞부딪치며 생긴 복잡한 심정이 담겼다.
전통 유학자인 이건승이 시대의 고통을 한글로 기록했다는 점은 당시 한글에 대한 인식 변화를 살필 수 있는 단서가 된다. 국립중앙도서관은 2026년 9월 ‘서행별곡’의 서지와 해제를 공개하고, 2027년에는 원문을 디지털화해 누리집에서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번 기증에는 ‘초원담로’, ‘두시약설’, ‘양명문초’ 등 강화학파의 학문적 성과를 보여주는 자료도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