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형사특례 앞두고 환자 권리 공백 쟁점
핵심 요약
의료인의 형사책임을 완화하는 의료분쟁조정법 시행을 앞두고 환자 권리 보완 필요성이 제기됐다. 필수의료 기피를 형사처벌 위험만으로 설명하기 어렵고 특례 범위와 배상제도에도 공백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소희 의원은 의료계 반발 속에서 의료사고 관련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수렴하는 토론회를 이어가고 있다.
내년 5월 시행을 앞둔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의료인의 형사책임 완화와 환자의 권리 구제를 함께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회에서 나왔다. 국민의힘 이소희 의원은 10일 토론회를 열어 법안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입법 과정에서 의료사고 피해자와 가족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됐는지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안정적인 진료 환경과 환자 보호는 양자택일의 가치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개정법은 고위험 필수의료의 공익성을 고려해 중과실이 없고 책임보험 가입, 설명의무 이행, 손해 전액배상 등의 요건을 충족한 의료사고에 대해 공소 제기를 면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정민 변호사는 필수의료 종사자의 사법 위험 부담을 인정하면서도 입법 목적과 수단의 적절성은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고 짚었다. 정식 재판에 넘겨진 사건은 정형외과와 성형외과가 많았고, 최근 5년간 소아청소년과는 7건, 흉부외과는 2건이었다며 형사처벌 위험만으로 필수의료 기피를 설명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토론에서는 형사특례가 적용되는 ‘고위험 필수의료행위’의 범위를 법률이 아닌 대통령령에 맡긴 구조도 쟁점이 됐다.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배상받기 어려운 피해자에게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배상금을 먼저 지급한 뒤 구상권을 행사하는 대불제도가 상당 부분 폐지된 점 역시 환자 권리를 좁힐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박천우 변호사는 의료인의 과실로 환자가 사망한 경우에도 피해자와 유족이 사법부 판단을 받을 기회가 차단될 수 있어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필수의료 기피가 수가와 재정, 국가 책임 등이 얽힌 복합적 문제인 만큼 형사절차를 없애는 방식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가 상임위원회에서 제기된 위헌 논란에 충분히 답하지 못했고 시민사회 공청회도 취소돼 환자 의견 수렴이 부족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중대한 의료과실을 법률로 일률 규정하기보다 사건별 사정과 의료행위 특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학창 시절 의료사고로 장애를 갖게 된 이 의원은 1월 15일 인요한 전 의원의 비례대표직을 승계했으며, 최근 ‘의료사고 이력 공개법’ 발의를 예고한 뒤 의료계 반발 속에서 관련 토론회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