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출 한도 조기 소진…실수요자 문턱 높아져
핵심 요약
5대 시중은행이 연간 가계대출 증액 한도를 지난달 이미 넘어서며 실수요자의 대출 여건이 악화했다. 주식시장 활황기에 늘어난 신용대출이 총량을 빠르게 소진했고, 기타대출에 배정된 여지도 주택담보대출보다 컸다. 금융당국은 잔금·이주비와 청년·신혼부부 대출의 예외 적용 및 한도 증액을 검토하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이 지난달 연간 가계대출 증액 한도를 이미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연말에 불거지던 대출 중단 우려가 약 다섯 달 빨리 현실화하면서 생애 첫 주택 입주를 앞둔 수분양자와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택을 구하려는 청년·신혼부부 등 실수요자가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출 한도가 예상보다 일찍 소진된 배경에는 주식시장 활황기에 늘어난 신용대출이 자리한다. 투자자금 마련을 위한 이른바 ‘빚투’ 수요가 신용대출을 끌어올리면서 은행에 배정된 가계대출 증액 여력을 빠르게 잠식했다. 주택 관련 자금이 필요한 실수요자에게 돌아갈 대출 여력도 그만큼 줄어든 구조다.
금융당국이 지난 4월 정한 5대 은행의 연간 증액 한도는 총 4조3363억원이다. 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몫은 1조7016억원으로 39%였고,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2조6347억원으로 61%였다. 통상 가계대출에서 주택담보대출이 약 80%를 차지하는 것과 비교하면 기타대출에 상대적으로 큰 여지가 배정됐다. 증시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된 시기와 맞물리며 총량의 조기 소진을 재촉했다.
금융당국은 잔금·이주비 대출과 청년·신혼부부 대상 대출을 총량 관리에서 예외로 두는 방안과 은행 한도 증액을 검토하고 있다. 가계부채 관리 부담으로 축소했던 정책대출을 다시 늘릴 가능성도 커졌다. 사후적으로 예외 항목을 추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신용대출 증가가 주거 실수요자의 자금 조달을 막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도록 획일적인 총량 관리 방식의 재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