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활기유 공급 공백에 한국 정유사 수출 급증
핵심 요약
중동 생산기지의 가동 차질로 미국과 유럽의 고성능 윤활기유 공급난이 심화했다. 한국산 윤활기유의 미국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배 이상 늘었고 국내 정유사 실적도 흑자로 돌아섰다. 설비 복구 장기화와 AI 데이터센터·산업용 로봇의 신규 수요가 국내 업체의 입지를 키우고 있다.
중동전쟁으로 고성능 윤활기유 공급이 줄면서 독일과 이탈리아 등 유럽 완성차업체가 신차용 엔진오일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업체의 기존 재고는 지난 6월 전후 대부분 소진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에서도 공급난이 이어지는 가운데 안정적인 생산 기반을 갖춘 한국 정유사가 대체 공급처로 부상했다.
지난 5~6월 한국이 미국에 수출한 윤활기유는 3억6249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9906만달러보다 3배 이상 늘었다. 유럽 수출액도 같은 기간 2배 넘게 증가했다. 2분기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의 영업이익은 각각 3조4873억원과 9650억원으로 두 회사 모두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했다. 윤활유 사업에서는 SK엔무브가 6919억원, 에쓰오일이 477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유럽은 엔진오일의 핵심 원료인 그룹3 윤활기유의 약 70%, 미국은 수입량의 약 40%를 중동에 의존해왔다. 전쟁 과정에서 카타르 펄GTL과 사우디아라비아 사다라 등 주요 생산기지의 가동에 문제가 생겼고, 국제유가 상승 이후 정유사들이 휘발유와 항공유 같은 경질 석유제품 생산을 늘리면서 중질제품인 윤활기유 생산은 감소했다. 반면 한국은 단일 국가 기준 세계 최대 그룹3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SK엔무브와 에쓰오일이 세계 생산량의 약 40%를 담당해왔다.
공급 부족은 생산설비 복구에 필요한 시간 때문에 단기간에 풀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카타르에너지는 펄GTL 설비 정상화에 최대 3~5년이 걸릴 수 있다고 제시했다. 수요 측면에서는 AI 데이터센터의 GPU 발열을 낮추는 액침냉각 기술이 확산하며 윤활기유 기반 냉각유가 후보 소재로 검토되고 있다. 첨단제조업의 산업용 로봇도 감속기와 구동계의 높은 마찰과 토크를 견디기 위해 고성능 윤활기유 사용을 늘리는 추세여서 국내 업체의 시장 영향력 확대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