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가위로 암세포만 겨냥…맞춤 항암 길 연다
핵심 요약
IBS 연구단이 암세포 고유 돌연변이를 절단하는 신델라를 10종 이상 암종에서 검증했다. PARP 억제제 내성을 다시 낮추는 후보물질 UNI418의 세포·동물실험 효과도 확인됐다. 임상 적용에는 전달 효율과 맞춤형 가이드 RNA의 안전성 검증이 핵심 과제로 남았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항상성연구단이 정상세포에는 없는 돌연변이를 유전자 가위로 절단해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치료 전략을 개발하고 있다. ‘신델라(CINDELA)’로 이름 붙인 이 기술은 대장암·유방암·혈액암을 비롯한 10종 이상의 암종에서 세포 사멸을 유도했다. 대장암 이식 마우스에 지질나노입자(LNP)로 유전자 가위를 전달한 실험에서도 종양 성장 억제 효과가 나타났다.
신델라는 암세포 DNA에서 일부 염기가 삽입되거나 사라진 ‘InDel’ 변이를 찾아 크리스퍼-카스9이 해당 부위를 반복해 자르도록 설계한다. 정상세포에는 같은 표적 서열이 없어 손상을 피하고, 암세포는 절단된 DNA를 복구해도 다시 공격받아 결국 생존 능력을 잃는 구조다. 환자의 정상세포와 암세포 유전체를 비교해 표적을 고른 뒤 가이드 RNA를 개별 제작하며, 시스템이 자동화되면 샘플 확보부터 맞춤 약제 생산까지 약 한 달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단은 암세포의 DNA 복구 능력을 차단하는 후보물질 ‘UNI418’도 발굴했다. 미국 국립보건원이 보유한 약 30만개 저분자 화합물을 분석해 88개 후보를 찾고 구조·용해도·독성을 기준으로 12개까지 좁힌 결과다. UNI418은 암세포가 되살린 상동재조합 복구 기능을 억제했다. BRCA2 변이 난소암과 췌장암에서 PARP 억제제 내성 세포가 병용 처리 후 다시 약물에 반응했고, 동물모델에서도 병용 효과가 확인됐다.
임상 적용을 위해서는 LNP의 전달 효율을 높이고, 환자마다 서열이 다른 가이드 RNA의 안전성 평가 기준을 정립해야 한다. 연구단은 여러 환자에게 공통으로 나타나는 돌연변이를 활용한 범용 약제와 UNI418·PARP 억제제 병용으로 절단 표적 수를 줄이는 방안도 연구하고 있다. 현재 세포·동물실험과 환자 유래 세포 검증이 진행 중이며, 정상세포와 암세포 오가노이드 비교 실험도 병행한다. 명경재 연구단장은 실제 환자 적용까지 빠르면 5~10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