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긴축에 서울로 옮겨오는 세계 발레 인재
핵심 요약
유럽의 문화예술 예산 삭감 속에 세계 정상급 무용수와 안무가들이 서울 무대로 향하고 있다. 서울시발레단 차기 시즌 오디션에는 23개국 지원자가 참여했고 해외 무용수 약 50명이 지원했다. 지속적인 투자와 수준 높은 컨템퍼러리 레퍼토리가 서울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유럽 주요국의 문화예술 예산 축소가 공연 제작과 단원 운영을 압박하는 사이, 서울이 세계 발레계의 새로운 활동 무대로 떠오르고 있다. 파리오페라발레 에투알 박세은은 올여름 프랑스·이탈리아·미국의 정상급 무용수들과 서울에서 갈라 공연을 펼쳤고, 안무가 크리스티안 슈푹도 서울시발레단 더블빌 ‘죽음과 소녀’ 작업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서울시발레단을 향한 해외 무용수들의 관심도 수치로 확인됐다. 2024년 창단 당시 단원 모집에 어려움을 겪었던 이 발레단의 차기 시즌 오디션에는 23개국 지원자가 몰렸으며, 해외 무용수만 약 50명이 지원했다.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과거 해외 안무가에게 협업을 요청하던 단계에서 벗어나, 이제는 들어온 작품 제안 가운데 서울이 선택할 만큼 환경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유럽에서는 긴축 재정의 여파가 발레와 현대무용 현장으로 번지고 있다. 독일은 문화예산을 10% 이상 줄였고, 현대무용단 ‘사샤 발츠 앤 게스트’는 지원금 감소로 신작 제작을 취소했다. 일부 중소 발레단도 단원 수를 감축했다. 프랑스는 문화부 예산을 2억 유로, 약 3000억원 삭감했다. 영국 노던 발레단은 정부 지원 중단 이후 전속 오케스트라 규모를 줄이고 녹음 음원으로 공연하는 상황을 맞았다.
서울의 경쟁력은 유럽의 재정난에만 기대지 않는다. 서울시발레단 객원 수석이자 영국 국립발레단 리드 수석무용수인 이상은은 해외에서도 컨템퍼러리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발레단이 많지 않고, 서울시발레단이 현지에서도 쉽게 시도하기 어려운 수준의 작품을 꾸준히 무대에 올린다는 점을 주목했다. 한때 유럽 진출을 우선시했던 한국 무용수들도 새로운 레퍼토리를 찾아 서울을 다시 바라보면서 인력과 작품의 이동 방향이 달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