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석에서 포착한 산업과 인간의 그늘
핵심 요약
최주식 시인이 자동차와 도로의 일상에서 사회적 질문을 길어 올린 첫 시집을 펴냈다. 내비게이션 안내는 지방소멸로, 전기차 배터리의 코발트는 광산 노동과 아동 인권 문제로 이어진다. 자동차 산업 현장에서 쌓은 경험은 이동과 기술의 풍경을 인간의 삶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됐다.
자동차 잡지 편집장으로 오랫동안 업계를 지켜본 최주식 시인이 첫 시집 <퓨마와 함께 달리는 아침>을 파란출판사에서 펴냈다. 시집에는 자동차와 도로, 운전석, 내비게이션처럼 익숙한 일상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다만 시선은 기계와 주행에 머물지 않고 저출생과 지방소멸, 노동과 인권, 기술문명 속 인간의 삶으로 뻗어간다.
작품 ‘밤의 도로에서 1’은 어린이 보호구역을 알리는 내비게이션 음성에서 출발한다. 시인은 보호해야 할 아이가 더는 남아 있지 않은 공간을 떠올리며 평범한 안내방송을 지역의 인구 감소와 연결한다. 운전 중 무심히 흘려듣기 쉬운 한마디가 사라지는 아이들과 비어가는 지역을 바라보는 시적 장면으로 전환된다.
‘코발트 블루스’에서는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광물인 코발트와 콩고민주공화국 광산의 노동 문제가 맞닿는다. 지하 700미터에서 맨손으로 광물을 찾는 아이들의 모습이 스마트폰과 전기차가 제공하는 편리함의 이면을 드러낸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과 원료 확보 경쟁, 공급망에 얽힌 인권·환경 문제가 숫자나 그래프 대신 사람의 얼굴을 통해 제시된다.
최 시인은 2023년 국제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고 시·사진집 <부산, 사람>도 출간했다. 정일근 시인은 사물이 기능을 넘어 상징으로, 풍경이 철학으로 바뀌는 작품 세계를 짚었으며, 남승원 문학평론가는 이를 ‘호모 모벤스가 남긴 시적 기록’으로 규정했다. 길에서 마주친 문장에 깨어난다는 시인의 고백처럼 이번 시집은 이동의 공간에서 타인의 고통을 발견하고, 익숙한 산업 풍경을 인간의 문제로 다시 읽어낸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