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매 극성 따라 뒤집히는 전하 이동 방식 첫 확인
핵심 요약
용매의 극성에 따라 유기 반도체의 전하 이동 메커니즘이 전환되는 현상이 처음 확인됐다. 낮은 극성에서는 양자 터널링이, 높은 극성에서는 용매 분자의 집단적 요동이 전하 이동을 지배했다. 엑시톤 확산 길이는 35.9㎚에서 최대 98.8㎚까지 조절됐다.

성균관대 김태연 교수팀과 연세대 김우재 교수팀이 식물의 광합성을 모방한 유기 반도체 분자 집합체에서 주변 환경에 따라 전하 이동 방식이 달라지는 원리를 규명했다. 연구진은 용매의 극성 변화만으로 전하 이동 메커니즘이 완전히 전환되는 ‘메커니즘 크로스오버’를 처음 관찰하고, 에너지 전달 거리도 조절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전자 수용체 특성이 우수한 페릴렌 비스이미드(PBI) 분자가 쌓인 나노 구조를 유지하면서, 분자 주변 용매의 극성만 선택적으로 바꿀 수 있는 집합체 플랫폼을 제작했다. 여기에 빛의 미세한 변화를 포착하는 초고속 레이저 분광 기술을 적용했으며, 컴퓨터 양자화학 계산을 통해 측정 결과를 뒷받침했다.
극성이 낮은 기름과 유사한 용매에서는 분자의 미세한 진동을 활용한 양자 역학적 터널링이 전하 이동을 주도했다. 물이나 알코올처럼 극성이 높은 용매에서는 주변 용매 분자들의 집단적 요동이 전하 이동을 제어했다. 기존에는 PBI 분자들이 뭉친 구조 때문에 주변 환경이 전하 이동에 미치는 영향만 따로 가려내기 어려웠다.
강한 빛을 조사한 실험에서는 빛 에너지가 이동하는 유효 거리인 엑시톤 확산 길이가 용매 환경에 따라 35.9㎚에서 최대 98.8㎚까지 조절됐다. 구조적 왜곡과 분리해 유전 환경의 영향만 확인한 이번 성과는 친환경 에너지 소자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통합적 분자 설계 지침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김우재 교수와 최현우 연구원, 채민정 연구원이 참여한 연구 결과는 2026년 7월 17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온라인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