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자회사 통한 교차출자도 의결권 제동
핵심 요약
외국 자회사가 다른 국내 회사 지분을 10% 이상 보유한 출자 구조에도 상호주 의결권 제한이 적용됐다. 외국 자회사는 우리 상법상 주식회사와 동일하거나 가장 유사한 법적 성격을 갖춰야 한다. 국가별 회사법의 차이로 법적 성격의 유사성은 개별 사안에서 판단해야 한다.
국내 기업의 외국 자회사가 다른 국내 회사의 지분을 10% 이상 보유한 경우에도 상법상 상호주 의결권 제한이 적용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국내 모회사와 외국 자회사, 다른 국내 회사로 이어지는 출자 구조라도 외국 법인이 개입했다는 이유만으로 규제 대상에서 제외할 수 없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다른 국내 회사가 보유한 국내 모회사 주식은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인정받지 못했다.
상호주 의결권 제한은 한 회사나 그 모회사 또는 자회사가 상대 회사 지분을 10% 이상 취득하면, 상대 회사가 해당 회사나 그 모회사의 주식을 갖고 있더라도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다. 기업들이 서로의 주식을 교차 보유해 지배구조를 왜곡하거나 경영권을 부당하게 강화하는 상황을 차단하는 데 목적이 있다. 대법원은 이러한 제도의 목적을 고려하면 자회사가 외국 회사라는 사정만으로 다르게 취급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외국 자회사가 관여한 모든 출자 관계에 제한 규정이 곧바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해당 외국 법인이 우리 상법의 주식회사와 동일하거나 가장 유사한 법적 성격을 지녀야 한다는 전제가 붙는다. 문제는 각국이 서로 다른 회사법 체계를 운용하고 있어 법적 성격의 동일성이나 유사성을 가르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 적용 여부는 외국 법인의 조직과 법적 특성을 개별 사안에서 살펴 결정해야 할 영역으로 남았다.
정보와 사람, 자본의 이동이 활발해지고 국내에서도 외국 기업과 계약하거나 해외 투자를 집행할 수 있게 되면서 기업의 지배구조 역시 국경을 넘나드는 형태로 확장됐다. 이번 판단은 기존 상법 규정이 해외 자회사를 포함한 출자 구조에도 미칠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는 의미가 있다. 해외 법인을 둔 기업과 그 관계 회사는 지분율뿐 아니라 외국 자회사의 법적 형태까지 함께 검토해야 하며, 국가별 회사 제도의 차이를 어떻게 해석할지는 향후 개별 사건에서도 핵심 쟁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