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된 과제 뒤 학습 공백…AI 활용 순서가 관건
핵심 요약
AI가 만든 완성도 높은 결과물이 학습자의 실제 이해와 성장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유아·초등 단계에서는 직접 경험하고 실패하며 반복하는 익힘의 과정이 특히 중요하다. 학생이 먼저 문제와 씨름한 뒤 AI를 활용하도록 교사와 학부모가 순서와 방식을 설계해야 한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교실과 가정의 학습 과정에 빠르게 들어오면서 계산과 글쓰기, 보고서와 발표 자료의 완성도는 높아졌지만 학습자의 실제 이해와 성장이 뒤따르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AI가 만든 유창한 답변을 읽고 스스로 이해했다고 여기는 ‘유창성 착각’은 과제만 완성되고 역량은 남지 않는 ‘가짜 학습’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학습은 새로운 내용을 받아들이는 ‘배움’과 반복해 자기 것으로 만드는 ‘익힘’이 결합된 과정이다. 피타고라스 정리를 말하는 능력과 실제로 빗변을 구하는 능력이 다르듯, 아는 지식은 직접 적용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역량이 된다. 자전거와 수영, 악기 연주, 수학 문제 풀이도 시행착오와 성찰을 거쳐 몸에 밴다. AI가 이 과정을 대신하면 낯선 상황에 배운 내용을 옮겨 쓰는 전이 능력이 형성되기 어렵다.
위험은 인지와 정서의 기본 틀이 만들어지는 유아·초등 단계에서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피자를 나누며 분수를 익히고, 곤충을 관찰하거나 친구와 토론하고, 자기 언어로 서툴게 글을 쓰는 경험은 손과 몸을 활용한 학습의 토대다. 기초 개념이 자리 잡기 전에 어려운 과제를 반복해서 AI에 맡기면 스스로 해결해 본 경험과 자기효능감이 약해지고, 어려운 일은 AI의 몫이라는 무기력이 습관으로 굳을 수 있다.
AI를 배제하기보다 사용하는 순서와 방식을 설계하는 일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학생이 먼저 문제와 충분히 씨름한 뒤 AI로 사고를 넓히고, 활용 과정을 되돌아보며 자기 지식으로 만드는 흐름이 필요하다. 교사와 학부모도 결과물의 완성도보다 아이가 막힌 지점과 건너뛴 과정, 실제 이해 여부를 살펴야 한다. 정제영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원장은 AI가 생각을 대신하는 지름길이 아니라 사고를 촉발하는 도구가 되도록 세심한 관찰과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