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 개관 37년 만에 전두환 휘호석 철거
핵심 요약
예술의전당이 1988년 설치한 전두환 전 대통령 휘호석을 2025년 2월 철거했다. 존치 결정과 설명문 설치 논의를 거친 뒤 국정감사에서 철거 요구가 다시 제기됐다. 공공 역사 상징물을 일관된 기준과 절차로 처리할 필요성이 쟁점으로 남았다.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이 1988년 2월 개관을 기념해 경내 화단에 설치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의 휘호석을 2025년 2월 철거했다. ‘문화예술의 창달’이라는 글귀가 새겨진 이 석물은 설치 37년 만에 현장에서 반출됐으며, 당시 대통령 탄핵 정국과 맞물려 철거 사실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휘호는 전 전 대통령이 1997년 4월 대법원 유죄판결을 받은 뒤 공공기록물 관리법상 행정 박물의 지위를 잃었다. 예술의전당은 2020년 내부 의견을 수렴해 설립 목적에 부합하는 문구이고 주 출입구에서도 떨어져 있다는 이유로 존치를 결정했다. 유죄판결을 알리는 설명문 설치는 실행되지 않았고, 하단의 ‘대통령 전두환’ 표기는 조경수로 가렸다.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이던 2020년에는 국립중앙도서관과 대한민국학술원의 휘호석이 철거되거나 이전·은폐됐고, 남극 세종기지의 친필 동판도 제거됐다. 예술의전당 휘호석 문제는 2024년 10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이 다시 제기했다. 이후 예술의전당은 국회나 정당 차원의 공식 요구 없이 기관 재량으로 철거했다.
권위주의 시대의 상징물을 다루는 방식은 철거뿐 아니라 보존과 비판적 재해석도 포함한다. 대만·헝가리·이탈리아는 일부 유물을 민주주의 교육에 활용하고, 스페인은 민주기억법에 근거한 절차를 운용한다. 서울의 옛 조선통감부 관저 터에는 하야시 곤스케 동상 판석의 글씨를 뒤집은 ‘거꾸로 세운 동상’이 설치돼 있다. 이번 철거는 전국 단위 조사와 통일된 기준, 폭넓은 의견 수렴 없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공공 역사 상징물의 처리 원칙을 둘러싼 과제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