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 검진 축소에 유명 소아과 예약전쟁
핵심 요약
한여름 새벽 노원구 소아과 앞에 영유아 검진 예약자 약 140명이 몰렸다. 영유아 검진기관은 2020년 4121곳에서 올해 7월 3713곳으로 감소했다. 낮은 검진 보상과 소아청소년과 폐업이 맞물려 특정 병원으로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
지난 1일 오전 3시 20분,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 상가 앞에는 영유아 건강검진을 예약하려는 부모 약 140명이 모였다. 기온이 섭씨 25도를 웃도는 열대야에도 대기자들은 간이 의자와 휴대용 선풍기로 버텼다. 소아과가 있는 건물 2층에서 시작된 약 150m의 줄은 계단과 상가 주변을 지나 아파트 주차장까지 이어졌다.
이 병원은 매달 1일, 4개월 뒤의 검진 예약을 현장에서 접수하고 오전 6시께 선착순 번호표를 배부한다. 오전 1시 30분부터 기다린 류 모씨는 앞선 검진에서 궁금증을 충분히 해소하지 못해 아이를 약 40분간 살핀다는 이곳을 찾았다. 경기 양주에서 온 강 모씨는 교구를 활용해 발달 상태까지 세심하게 확인한다는 점을 선택 이유로 꼽았다. 의정부 주민 박 모씨는 일반 진료도 유명 병원의 경우 오전 6시부터 줄을 서야 할 만큼 이용이 어렵다고 말했다.
예약 경쟁은 다른 지역에서도 확인된다. 천안·아산 지역에서는 예약창이 열리는 시간에 맞춰 접속하고도 대기번호가 200번대로 밀린 뒤 전 시간대가 마감됐다는 사례가 나왔다. 영유아 건강검진 지정 의료기관은 2020년 4121곳에서 지난해 3774곳으로 줄었고, 올해 7월에는 3713곳까지 감소했다. 지난해 전국 소아청소년과의 신규 개업 대비 폐업 비율은 150.8%로 전체 의원 가운데 가장 높았다.
검진기관 감소와 낮은 보상체계가 겹치면서 충분한 상담을 원하는 수요가 일부 병원에 집중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상담·행정비용을 기본진찰료의 80%에서 100%로 올리고 건강교육 추가 항목도 2100원에서 4000원으로 인상했지만, 발달평가·상담료는 7920원으로 유지했다. 언어 발달과 자폐 스펙트럼 가능성, 수면·식습관까지 살피려면 20~30분 이상 필요해 그동안 외래 진료를 하지 못하는 병원의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