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의 선택과 결함을 함께 기록한 ‘영웅전’
핵심 요약
‘영웅전’은 그리스와 로마 인물을 짝지어 업적보다 성품과 선택을 살핀 고전이다. 알렉산드로스와 카이사르의 성취뿐 아니라 분노와 권력이 낳은 비극도 함께 담았다. 고대의 한계를 비판적으로 읽으며 스스로를 다스리는 능력을 돌아보게 한다.
플루타르코스의 ‘영웅전’은 비슷한 업적이나 처지에 놓인 그리스인과 로마인을 한 쌍으로 묶어 성품과 선택을 살핀 고전이다. ‘비교 열전’으로도 불리는 이 책은 천병희가 옮겼으며 출판사 숲에서 3만6000원에 출간됐다. 저자는 영토의 크기나 전쟁의 승수보다 무심코 나온 말과 농담, 분노와 위기 앞에서의 행동이 한 인간을 더 선명하게 드러낸다고 보았다.
마케도니아 왕 알렉산드로스는 소년 시절 누구도 다루지 못한 말이 땅에 비친 제 그림자를 두려워한다는 점을 알아챘다. 그는 말의 머리를 돌려 그림자를 가린 뒤 달래며 올라탔고, 훗날 부케팔로스라는 이름의 이 말과 여러 전장을 누볐다. 로마 정치가 카이사르는 세월이 흐른 뒤 신전에 세워진 알렉산드로스의 동상을 보고, 자신은 아직 기억될 일을 이루지 못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책은 두 인물을 흠 없는 위인으로 꾸미지 않는다. 대담하고 너그러웠던 알렉산드로스는 술자리에서 격분해 자신을 구했던 오랜 동료를 죽인 뒤 통곡했다. 뛰어난 장군이자 정치가였던 카이사르는 권력을 한 몸에 모으려다가 암살당했다. 플루타르코스는 영웅이 권력을 얻은 뒤 어떻게 달라지는지 추적하며, 화려한 성취와 절제를 잃어 빚어진 비극을 함께 기록했다.
인물의 강인함과 나약함을 입체적으로 담은 ‘영웅전’은 유럽에서 오랫동안 정치와 도덕을 가르치는 고전으로 읽혔다. 셰익스피어도 영어 번역본의 인물과 일화를 여러 로마사 희곡에 활용했다. 다만 전쟁과 정복, 노예제를 당연하게 여긴 고대의 한계가 남아 있어 저자의 판단까지 비판적으로 살펴야 한다. 책이 오늘의 독자에게 던지는 질문은 분노와 경쟁, 작은 권력을 마주할 때 자신을 어떻게 다스리고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에 맞닿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