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 대 휠체어가 꺼낸 오래된 집밥의 기억
핵심 요약
데이케어센터 글쓰기 수업에서 휠체어를 탄 노인 14명이 오래된 기억을 풀어냈다. 어머니의 젖과 첩약, 물에 만 밥, 피란 중 잃어버린 부모가 집밥 이야기와 함께 떠올랐다. 아흔일곱 살 할머니가 기억한 김치밥은 사라져가던 삶의 장면을 다시 불러냈다.
시니어 글쓰기 워크숍이 열린 데이케어센터 강의실은 휠체어 14대가 책상을 에워싸면서 빈틈없이 찼다. 요양보호사까지 더하자 참석자는 20명을 훌쩍 넘었다. 손을 떨거나 허공을 바라보는 이들도 있었고, 강사는 이들이 한글을 쓸 수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했다. 직접 걸어서 센터에 올 수 없는 노인들을 한자리에서 마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강사는 준비한 글쓰기 수업 대신 춤을 추는 편이 낫지 않겠느냐고 떨리는 마음을 털어놨다. 센터 선생님은 이곳에서는 열 살이나 스무 살을 더 먹어도 아기라고 답했다. 나이가 쉰이나 예순, 심지어 여든이어도 참석자들 앞에서는 어린 세대라는 뜻이었다. 그 말을 들은 강사는 용기를 내 준비해 온 집밥을 주제로 마이크를 돌렸다.
그리운 음식을 묻자 한 할머니는 어린 시절 차가운 손을 화로에 덥힌 뒤 만졌던 어머니의 젖을 떠올렸다. 또 다른 할머니는 젊은 어머니가 시아버지가 잘못 지어온 첩약을 먹고 숨진 일을 말했다. 일본에서 일하다 돌아온 아버지는 딸을 볼 때마다 통곡했고, 할머니는 돌봐주는 사람 없이 물에 밥을 말아 먹으며 성장했다.
아흔일곱 살 할머니의 기억에는 친구들이 깨엿을 얻어먹으러 올 만큼 넉넉했던 북쪽의 집이 남아 있었다. 저녁 식사 도중 삼촌의 재촉으로 수저를 놓고 남쪽으로 향했고, 길에서 부모와 헤어진 뒤 소식을 듣지 못했다. 그가 꼽은 집밥은 어머니가 해주던 김치밥이었다. 씻은 김치를 밥을 지을 때 함께 넣는 음식이라는 설명에 여러 할머니가 동시에 탄식했고, 처음 김치밥을 알게 된 강사는 직접 만들어보겠다고 약속했다. 센터를 찾아가서야 만날 수 있었던 노인들의 삶은 집밥이라는 질문을 통해 선명한 이야기로 되살아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