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책임 조항에 좌초된 창업자의 재기
핵심 요약
어반베이스 하진우 전 대표가 투자계약의 연대책임 조항으로 약 13억원의 개인 채무를 떠안았다. 한국 청년은 창업 실패의 취업상 불이익과 국내 창업 환경을 다른 조사 대상국보다 부정적으로 인식했다. 창업 장려 정책과 함께 실패 이후의 신용·경력 문제와 투자계약 책임 구조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가상현실 기반 인테리어 스타트업 어반베이스를 세운 하진우 전 대표가 회사의 실패 뒤 약 13억원의 개인 채무를 떠안았다. 2017년 신한캐피탈이 투자한 5억원에 연 15% 복리가 적용되면서 청구액은 2024년 회생 절차 당시 12억5200여만원으로 늘었고, 이후 이자가 더 붙었다. 배임이나 횡령 등 중대 과실이 아니라 투자계약서에 적힌 연대책임 조항이 청구의 근거가 됐다.
건축가이자 소프트웨어 개발자였던 하 전 대표는 전국 아파트 도면의 95%를 확보해 3차원 공간으로 구현하고, 가구를 가상으로 배치한 뒤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삼성·한화·신세계 등에서 모두 250억원을 투자받았고 일본 시장에도 진출해 2021년 ‘100만불 수출의 탑’을 받았다. 그러나 3D 도면 보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사업이 흔들렸다. 하 전 대표는 투자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1심과 2심, 대법원에서 모두 패소했다. 신한캐피탈은 합의된 계약 조항과 대법원 판단에 따라 채권 회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미·일·중 이공계 청년 조사에서는 창업 실패 경험이 취업에 긍정적이라는 응답이 미국 72.5%, 중국 69.5%, 일본 37.2%였지만 한국은 31.7%로 가장 낮았다. 한국 청년의 진로 선호는 대기업 39.7%, 전문직 19.7%, 공공부문 14.3%, 창업 12% 순이었다. 창업을 주저하는 이유로는 자금 조달의 어려움 33.8%, 실패 위험 28.6%, 안정적 기회 포기 23.5%, 확신 부족 7.6%가 꼽혔다. 자국의 창업 환경이 적절하다는 응답도 한국은 38%로 미국 97.8%, 중국 93.8%, 일본 52.2%에 못 미쳤다.
정부는 약 6만3000명이 참여한 ‘모두의 창업’ 등을 통해 청년 창업을 일자리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스타트업 업계는 인공지능 시대의 1인 창업과 신생 기업의 시장 개척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실패가 신용 문제와 경력 단절, 사회적 낙인으로 이어지는 구조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 전 대표는 재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창업을 독려하는 정책과 함께 투자계약의 책임 범위와 재도전 여건을 정비하지 않으면 어반베이스와 같은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