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작가가 계절에 담아낸 기억과 상실
핵심 요약
여덟 명의 작가가 개인과 사회의 기억을 사계절에 나눠 담은 산문집 ‘계절 쓰기’가 출간됐다. 은유는 한국 근현대사의 봄에 벌어진 비극을, 전의령과 김지승은 상실과 통증의 시간을 기록했다. 책은 계절 속 그리움과 애도뿐 아니라 현재의 풍경과 복합적인 감정까지 함께 비춘다.
김연수·홍한별·김소연·허태임·전의령·윤경희·김지승·은유 등 8명의 신작을 묶은 산문집 ‘계절 쓰기’가 출간됐다. 각 저자는 마음속에 조각처럼 남은 시간을 계절이라는 틀 안에서 풀어냈다. 책은 출간 시점인 여름부터 가을, 겨울, 봄으로 이어지는 순서를 두 차례 반복해 서로 다른 기억과 감각을 한 권에 배치했다.
은유의 ‘아가야, 봄이 왔다’는 전쟁으로 자식을 잃은 케테 콜비츠의 이야기에서 출발해 한국 근현대사의 봄에 발생한 비극을 짚는다. 4월 16일과 5·18, 제주 4·3을 되새기며 생명이 태어나는 봄과 수많은 생명이 스러진 봄을 함께 바라본다. 작가는 벚꽃이나 개나리보다 노란 리본을 먼저 떠올리는 계절의 기억을 글에 담았다.
다른 작품들도 개인의 상실과 현재의 풍경을 각기 다른 계절로 기록한다. 전의령의 여름은 반려묘 ‘마우’가 떠난 빈자리를 무더위 속에서 견디며 애도하는 시간이다. 김지승의 겨울에는 재개발로 사라지는 집을 떠나 새 공간을 구해야 하는 현실과 죽음 앞에서 멈춰선 뒤 생긴 통증을 버티는 일이 겹쳐 있다. 김연수는 제주 세화에서 노을과 옛 노래, 수평선의 한치잡이 배 불빛, 친구와 먹었던 한치의 맛을 통해 지나가는 여름을 미리 그리워한다.
책이 포착한 계절은 아름다운 추억만을 위한 배경에 머물지 않는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걸어도 걸어도’가 세상을 떠난 장남 준페이를 기리려고 매년 여름 고향집에 모이는 가족을 통해 아련함과 행복, 분노와 고통을 함께 드러내듯, 수록작들도 기억을 미화하지 않은 채 그 안의 감정을 보여준다. ‘계절 쓰기’는 물결점에서 펴냈으며 167쪽, 가격은 1만500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