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방어용 달러 조달, 연준 긴축과 엇박자
핵심 요약
미·일 외환 당국이 엔화 부양을 위해 연준의 FIMA 레포를 활용하고 있다. 일본은 미국 국채를 매각하지 않고도 시장 개입용 달러를 조달할 수 있다. 연준 대차대조표와 시중 유동성이 늘어 통화 긴축 기조와 충돌하는 문제가 제기됐다.
미국과 일본이 엔화 가치를 끌어올리는 공동 외환시장 개입에 연방준비제도의 긴급 달러 공급 장치를 활용하면서 미국 금융시장에 추가 유동성이 유입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물가를 억제하기 위해 금리 인상과 통화 긴축이 요구되는 시기에 연준의 대차대조표가 확대되고 시중 달러가 늘어나는 상반된 효과가 나타나는 구조다.
미·일 외환 당국은 지난달 31일부터 달러를 팔고 엔화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시장에 공동 개입했다.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은 지난 3일 연준의 해외·국제통화당국 환매조건부채권 기구인 FIMA 레포를 통해 개입 자금을 마련할 계획을 공개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이튿날 방송 인터뷰에서 현재 600억달러인 이용 한도를 늘리거나 아예 없애는 방안도 합리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FIMA 레포는 코로나 확산기인 2020년 3월 도입된 긴급 유동성 공급 제도다. 외국 중앙은행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연준에 담보로 맡기고 달러를 빌리는 방식이어서, 국채를 서둘러 처분하지 않고도 외환시장 개입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일본이 대규모 달러 조달을 위해 미국 국채를 직접 매각할 경우 이미 높은 수준인 미 국채 금리를 더 밀어 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이번 활용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다만 FIMA 레포 대출은 연준 자산과 시장 유동성을 함께 늘려 양적완화와 비슷한 결과를 낳는다. 엔화 방어 과정에서 미 국채의 급격한 매각을 피할 수 있지만, 과열된 미국 경제와 금융시장에 자금을 추가로 공급하는 부작용이 뒤따르는 셈이다. 전례가 거의 없는 이번 조달 방식은 금리 인상과 긴축을 지향하는 정책 방향뿐 아니라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이 강조해온 양적긴축 기조와도 충돌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