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방어용 달러 대출, 미국 긴축과 충돌
핵심 요약
미국과 일본이 엔화 가치 방어를 위한 공동 시장 개입에 나섰다. 일본은 미국 국채를 담보로 Fed의 FIMA 레포를 통해 달러를 조달했다. 시장 충격을 줄이려는 조치가 미국의 통화 긴축과 충돌한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미국과 일본이 지난달 31일부터 달러를 팔고 엔화를 사들이는 공동 외환시장 개입에 나선 가운데, 일본의 개입 자금을 연방준비제도(Fed)의 긴급 유동성 제도로 조달한 방식이 논란이 되고 있다. 엔화 가치 방어에는 도움이 되지만 Fed의 대차대조표를 키워 미국 금융시장에 수십억 달러의 유동성을 추가하고, 통화 긴축 효과를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은 보유한 미국 국채를 Fed에 담보로 맡기고 달러를 빌리는 해외·국제통화당국(FIMA) 환매조건부채권 기구를 활용했다. 보유 국채를 시장에서 직접 처분하지 않고도 엔화 매수 자금을 확보하는 구조다. 국채 직접 매입 방식은 아니어서 양적완화와 동일하지는 않지만, Fed 자산과 시장 유동성이 함께 늘어난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효과가 발생한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은 현재 600억달러인 FIMA 레포 한도의 확대 또는 폐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일본의 엔화 방어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이 기존 방식대로 미 국채를 매각하면 국채 가격 하락과 수익률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시장 충격을 줄이려는 선택으로 해석된다. 반면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대차대조표를 확대하면 긴축 방향과 어긋나며, 케빈 워시 Fed 의장이 강조해 온 양적긴축 재개 방침과도 충돌한다.
개입 필요성 자체를 뒷받침하는 시장 여건도 확인된다. 엔화 실질가치는 지난 6월 교역 상대국 통화 대비 1970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일본은행이 최근 2년여 동안 기준금리를 다섯 차례 올리고 Fed가 여섯 차례 내렸는데도 약세가 지속되면서 투기적 매도 포지션이 크게 늘었다. 2024년에는 일본은행의 매파적 기조와 부진한 미국 고용지표가 겹쳐 엔 캐리 트레이드가 급격히 청산됐고 일본 증시는 하루 만에 12% 폭락했다. 이번 개입은 급격한 엔화 강세와 시장 혼란을 막는 데 목적이 있지만, 자금 조달 방식은 미 국채시장의 잠재 위험과 Fed 통화정책의 일관성을 둘러싼 의문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