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최적화·AI로 넓어진 K게임의 무대
핵심 요약
한국 게임사들이 자체 엔진과 최적화 기술로 글로벌 패키지·콘솔 시장의 입지를 넓히고 있다. 점토 조형과 3D 스캔, 구형 GPU 대응 기술이 작품의 완성도와 범용성을 끌어올렸다. 크래프톤은 AI 상호작용 캐릭터를 실험하는 가운데 탄탄한 서사 구축이 과제로 남았다.
한국 게임업계가 자체 엔진과 정교한 최적화, 인공지능 캐릭터를 앞세워 글로벌 패키지·콘솔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2023년 ‘P의 거짓’을 시작으로 ‘스텔라 블레이드’, ‘퍼스트 버서커: 카잔’이 기술적 완성도를 드러냈고, 펄어비스의 ‘붉은사막’은 출시 83일 만에 600만 장이 팔렸다. 모바일 MMORPG와 과금 중심 사업에 치우쳤던 흐름에서 벗어나 제작 기술 자체로 경쟁하는 작품이 잇따르는 모습이다.
펄어비스는 2019년부터 블랙스페이스 엔진과 붉은사막을 함께 개발해 7년 만에 중세 유럽풍 대륙 ‘파이웰’을 구현했다. 다섯 지역으로 구성된 세계는 메인 이야기만 60~80시간, 전체 콘텐츠는 300~400시간 규모로 평가된다. 먼 나무를 이미지로 바꾸는 임포스터와 프록시 LOD 기술로 비행 중 광활한 원경을 표현했고, 천수방정식과 최대 25만 개 입자 시뮬레이션으로 물결과 물방울을 실시간 구현했다. 같은 엔진을 쓰는 차기작 ‘도깨비’는 2년 안에 출시하는 것이 목표다.
시프트업은 2024년 공개한 스텔라 블레이드의 괴물 ‘네이티브’를 점토와 철사로 빚은 뒤 3D 스캔하는 방식을 택했다. 몬스터 조형물 하나에 통상 두 달을 들였으며, 무기 각도에 따라 쓰러진 적의 절단면이 달라지도록 설계해 액션의 세부 완성도를 높였다. 네오위즈의 P의 거짓과 네오플의 카잔은 2016년 출시된 GTX 1060에서도 풀HD 해상도와 초당 60프레임을 구현했다. P의 거짓은 초기부터 전담 조직을 운영해 셰이더 스터터링을 해결했고, 카잔은 초당 120회 전투 판정과 프레임 변화 보완 기술을 적용했다.
크래프톤 산하 인조이스튜디오는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에 AI 행동 시스템 ‘스마트 조이’를 넣었다. 이용자가 문장으로 성격을 정하면 캐릭터가 환경을 살펴 스스로 행동하는 구조로, 엔비디아의 온디바이스 소형언어모델을 자체 데이터셋으로 미세조정해 구현했다. 크래프톤은 이를 상호작용 캐릭터인 CPC로 정의하고 올해 6~7월 배틀그라운드에 ‘엘라이’를 시범 적용했다. 다만 그래픽과 최적화의 성과와 달리 AAA급 작품의 서사가 약하다는 평가는 남아 있어, 기술적 경쟁력을 이야기의 완성도로 연결하는 일이 다음 과제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