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룬다티 로이, 집에서 발견한 사랑과 권력의 뿌리
핵심 요약
아룬다티 로이의 회고록 ‘어머니 내게 오시네’가 한국에 출간됐다. 로이는 어머니와 집에서 사랑과 권력에 관한 사유의 기원을 발견했다. 그는 글쓰기를 자신의 연장이자 몸의 일부로 규정했다.
부커상 수상 작가 아룬다티 로이의 회고록 ‘어머니 내게 오시네’가 한국에 번역 출간됐다. 세계의 폭력과 권력에 맞서 온 로이는 12일 서면 인터뷰에서 자신의 사유가 시작된 장소로 ‘집’을 지목했다. 국가와 민족이라는 이름에 가려진 작은 삶을 꾸준히 바라본 그의 시선이 이번에는 가장 가까운 공간과 가족의 기억을 향했다.
책의 중심에는 어머니 메리 로이가 있다. 무일푼 미혼모에서 학교 설립자가 된 그는 여성의 상속권을 인정하는 역사적 판결을 이끌었지만, 가정에서는 예측하기 어렵고 폭압적인 ‘폭풍’ 같은 존재였다. 회고록은 어머니의 죽음을 슬퍼하는 로이를 오빠가 이해하지 못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로이는 어머니의 밝음과 어둠을 함께 기록하며 사랑과 권력에 대한 자신의 질문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추적했다.
로이는 어머니를 수천 개의 면을 지닌 다이아몬드에 비유했다. 찬란하게 빛나는 동시에 날카롭게 상처를 줄 수 있는 인물이었으며, 문학과 역사 속에 반드시 남아야 한다고 판단해 집필했다. 어머니 개인을 폭로하는 대신 증오를 칼에, 사랑을 바다에 빗대며 두 감정의 복잡한 관계를 담았다. 집 안에 먼저 존재했던 권력의 모순은 이후 그가 국가 전체의 상처와 개인의 고통을 함께 바라보는 출발점이 됐다.
로이의 장편소설은 ‘작은 것들의 신’과 ‘지복의 성자’ 두 편이다. 그는 전자를 건물, 후자를 길을 잃고 헤매면서도 살아남아야 하는 도시에 견줬다. 어린 시절의 경험과 그에 대한 반응이 한 사람의 토대이자 작가가 쓰는 글의 근본 원칙이 된다는 설명이다. 자신을 사회운동가로 규정하지 않은 로이는 글쓰기를 몸의 일부이자 자신의 연장으로 표현했다. 젊은 세대의 작은 이야기도 책뿐 아니라 인스타그램과 틱톡 릴스 등 다양한 형식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봤다.